증시흐름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장기 투자수익률이 펀드수수료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의 누적수익률이 펀드수수료에 따라 25%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등 투자기간이 길어질 경우 수수료가 높은 '고비용' 펀드가 '저비용' 펀드에 크게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이 50억원을 넘고 5년 이상 운용된 공모형 인덱스펀드 15개의 최근 5년간 누적수익률 격차는 지난 15일 기준가로 최대 25.99%포인트에 달했다. 똑같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구조로 짜여진 상품군 내에서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특히 수익률 순위는 펀드의 수수료 수준과 거의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누적수익률 65.19%로 수위에 오른 '한국투자크루즈F2.8인덱스A'는 선취수수료와 운용보수 판매보수 등 투자자가 부담하는 총보수가 연 0.92%로 16개 펀드 중 가장 낮았다. 이 기간 인덱스형 평균 수익률 이상으로 선전한 6개 펀드 모두 총보수가 1.25~1.75% 수준에 그쳤다.

반면 5년 수익률이 39.20%로 가장 낮은 '하나UBS엄브렐러뉴인덱스파생K-1C'의 총보수는 3.04%로 15개 중 가장 높았다. 1위 펀드와의 차이가 연 2.12%포인트나 됐다. 누적수익률 50% 미만인 하위권 펀드 대부분도 연간 수수료가 2%를 넘었다. 원금에서 매년 떼는 수수료가 많다 보니 자연히 수익률이 나빠진 것이다.

대부분의 인덱스펀드는 코스피200을 추적하면서 현 · 선물 간 가격차이를 이용한 차익매매 등을 일부 활용해 추가수익을 노리는 구조로 운용된다. 주로 지수추적에 의존하기 때문에 차익매매 등에서 발생하는 상품 간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다. 따라서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수료 영향력이 커진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 운용사 간 능력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수수료 차이가 수익률 격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비슷한 유형이라면 펀드 규모가 크고 수수료가 싼 펀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장기투자자는 경쟁 펀드 간의 수익률 차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자신의 펀드 성과가 지속적으로 부진하다면 상품 구성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