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 조선사에 대한 은행들의 구조조정 작업에 막판 변수가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주채권은행들이 부실 증가를 우려해 평가 대상 기업 대부분에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주자 "B등급 기업이라도 신규 자금지원 규모가 클 경우 감점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 '몸사리기'에 개입

주채권은행이 거래업체를 C(부실징후),D(퇴출)등급으로 평가해 구조조정할 경우 관련 여신을 부실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현재 대부분의 주채권은행이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 111곳에 대해 평가를 끝낸 가운데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되고 있다. 또 C등급을 받은 곳도 건설사 10~13개사,조선사 2~3개사에 불과하다.

이처럼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미적대자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건설 ·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항목 중 '기타항목(5점)'을 보수적으로 적용해 감점하라고 주문했다. △B등급을 받았더라도 자금지원 규모가 은행 간 협조융자가 필요할 정도로 큰 경우 감점할 것 △자금조달계획의 근거가 미약할 경우 감점할 것 △9월 이후 자금사정,수주 등이 악화됐을 경우 감점할 것 등 구체적인 감점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들의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은행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즉 이번 평가에서 A등급(정상)이나 B등급으로 구분한 건설사나 조선사가 향후 6개월내에 C등급으로 떨어지거나 부도가 난다면 고의중과실 여부를 따져보고 필요하면 문책하겠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기업 증가할 듯

이에 따라 은행들은 16일부터 111개 건설 · 조선사에 대한 등급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금감원의 새 기준에 따라 감점할 수 있는 5점은 큰 점수다. 은행들은 부채비율 등 재무적 요소와 업력 등 비재무적 요소를 더해 100점 만점으로 기업을 평가했다. 70점 이상은 B등급,60점 이상은 C등급을 줬다. 등급 간 격차가 10점인 상황에서 만약 5점을 감점당할 경우 상당수 B등급 기업이 C등급으로 재평가돼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시공능력 순위 100위 이내 건설업체 중 94개사를 은행 평가 기준에 맞춰 분석한 결과 13곳이 워크아웃,3곳이 퇴출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노익호 연구위원은 "당사 계산 결과 B등급업체 중 70~72점 업체 수가 9개사에 이르고 있어 배점을 보수적으로 할 경우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가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를 크게 늘리기엔 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부담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