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가자니 위험할 것 같고,기다려보자니 더 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등으로 투자성이 높아졌지만,매도호가도 덩달아 올라서다. 과연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제값을 찾아가는걸까,아니면 또다시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강남 재건축을 들여다 봤다.


◆용적률 상향 · 저금리 등이 상승 요인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는 주요 요인으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첫손에 꼽힌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1ㆍ3대책'을 통해 재건축 3대 규제인 △용적률 제한 △임대주택 의무건립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풀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라는 국토부의 방침에 비판적이던 서울시가 개별단지에 따라 용적률을 탄력적용하는 조건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법적상한선까지 올려주기로 하면서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또 금리가 계속 내리면서 대출을 통한 투자의 부담이 줄어든 데다 강남권 3개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를 앞두고 있어 투자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이른 시일 내 강남3구의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매매가 6억원을 넘는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LTV(담보인정비율)가 집값의 40%에서 60%로 완화되고 DTI(연소득 대비 대출비율) 40% 규제가 없어진다. 송파구에서는 정부가 112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인 '제2롯데월드' 허가방침을 밝힌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변 유동인구 증가로 거주 및 임대수요가 크게 늘고 지역개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일주일 만에 호가 5000만원 올라

그러나 이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재건축 규제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1ㆍ3대책'에도 불구하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또 임대주택 의무건립이 폐지됐지만 그 대신 정부는 법적 상한선까지 늘어나는 용적률의 30~50%를 서민용 소형 분양 · 임대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을 짓게 했다. 재건축 사업 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분의 50%를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더욱이 보금자리주택은 기존 임대주택과는 달리 용적률 계산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 예컨대 제2종일반주거지역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는 법적상한선 250%의 용적률까지 재건축할 수 있지만 종전의 규정에 맞춰 이를 초과한 265%로 받았다. 새로 지어지는 임대주택은 용적률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바뀌는 제도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해도 250%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이 송파구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있는 1000가구의 중 · 저층 아파트 단지(용적률 90%)를 가상으로 설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보금자리주택을 용적률 계산에서 제외해 재건축할 경우 기존 임대주택을 지을 때보다 조합원 당 6542만원이 이득이지만 제외하지 않으면 2963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투기지역 해제로 은행 대출이 원활해져도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까지 올라가기 힘들다. 개별단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최근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일주일 동안 호가가 최고 5000만원 이상 오르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가격 적정" vs "거품 남아"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실물경기가 악화되고 있어 설 이후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 과장은 "쌍용차 사태와 건설사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 악재에 따른 국민들의 가용소득 감소로 곧 투자가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가격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영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아직도 거품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수요자들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손경지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거의 걷혔다"며 "거시경제지표가 호조세로 돌아서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 투자시기로는 대부분 2분기 이후를 권했다. 유망 단지로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압구정동 일대를 꼽는 의견이 많았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압구정은 강남에서도 가장 고급스럽게 재건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저층단지인 데다 강남의 노른자 지역에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걷힐 것으로 보이는 3분기쯤에 투자에 나서볼 만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