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제학(경제원론 교과서)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을 줄쳐가며 공부했는데 막상 '미국 AIG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주관식 3번 문제)'과 연관지어 서술하라니까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사회대 건물 입구.'제6회 전국 고교생 경제 한마당(경시대회)'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는 고교 2년생 김모양은 생각만큼 시험을 잘 치지 못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수학능력시험에서도 경제 과목을 선택하려고 한다는 김양은 "앞으로는 경제신문으로 최근 이슈를 꼭 챙겨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고 기획재정부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이번 경시대회에는 총 9493명이 응시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지난해(8026명)보다 응시생이 18.3% 늘었다. 올해 시험에서는 작년과 달리 최근 경제 이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시사 문제가 많이 출제돼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희비가 갈렸다. 이날 제자 112명을 인솔해 시험장을 찾은 박여진 한영고 교사는 "학생들이 단체구독하는 생글생글(한국경제신문이 매주 발행하는 고교생용 논술경제지)을 통해서 '중위투표자 이론(다수결투표제에서는 중간의 선호를 가진 중위의 대안이 선택된다는 이론,객관식 14~15번)'이나 'J커브 효과(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을 올리더라도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되다가 나중에 개선된다는 이론,객관식 30번)' 등의 개념과 실제 사례를 익혔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문제를 풀기가 수월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한경을 구독한다는 송성수군(명덕외고 2학년)도 "경제신문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과 주요 이슈를 꾸준히 챙겨 봤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토막토막 공부한 친구들보다는 성적이 나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사 이슈에는 해박했지만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해 문제를 푸는 것이 곤혹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원외고 1학년 박연정양은 "시사적인 내용을 위주로 경제 한마당을 준비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경제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 과정을 서술하는 것은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번 시험에서 개인 대상을 차지한 1명에게는 기획재정부 장관상과 장학금 800만원,단체부문 대상을 차지한 학교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과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 및 부상이 수여된다.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 일정은 2월 중순 KDI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되고 해당자에게는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이기주 기자 kiju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