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직원들에 '미분양 떠넘기기'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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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ㆍ인척 동원 '바지계약'
부도땐 대출ㆍ이자 덤터기
퇴출 발표 앞두고 전전긍긍
부도땐 대출ㆍ이자 덤터기
퇴출 발표 앞두고 전전긍긍
중견 건설사 출신의 회사원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는 건설사에 다닐 때인 2007년 초 회사 측의 요구로 나중에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자신과 가족 이름으로 세 채 분양받았다. 그러나 A씨가 지난해 초 퇴직을 했는데도 회사 측은 1년이 다되도록 계약 해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해당 건설사는 요즘 부도설,퇴출설이 나돌고 있어 자칫 미분양 아파트 세 채를 그대로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A씨는 "가족이 언제 계약을 해지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입술이 타들어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 또는 협력업체 직원 등의 명의를 빌려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된 것처럼 꾸미는 속칭 '바지계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바지계약을 하는 이유는 계약률이 일정 비율이 넘어야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계약률이 20~30%가량은 돼야 PF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단 바지계약으로 계약률을 억지로 채운 뒤 공사기간에 계약자를 모집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바지계약은 외환위기 때 성행했다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다. 건설사들은 일반 직원들에게 2~3채,임원급에게는 5~10채가량을 바지계약을 통해 떠넘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직원 한 사람이 가족을 동원해 여러채의 바지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바지계약을 하더라도 해당 아파트는 은행 대출로 중도금 등이 지불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대출금과 이자까지 물고 아파트를 떠안아야 한다. 특히 금융권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퇴출 건설사'를 곧 발표할 예정이어서 바지계약을 맺은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은 청구 등 건설사 직원들도 바지계약 아파트를 떠안게 되면서 일부는 개인 파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정식계약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경기 고양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강제로 팔려다가 직원들이 나중에 아파트를 한꺼번에 팔 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바지계약이 문제가 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지검은 경북 경산의 미분양 아파트를 '바지계약'을 통해 분양,중도금 2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지난달 대동종합건설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동은 자사 직원과 브로커 등을 통해 220여명의 바지계약자 명의를 빌려 가짜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뒤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바지계약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의 부실 정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바지계약이나 직원 강매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건설사 구조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바지계약은 외환위기 때 성행했다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다. 건설사들은 일반 직원들에게 2~3채,임원급에게는 5~10채가량을 바지계약을 통해 떠넘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직원 한 사람이 가족을 동원해 여러채의 바지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바지계약을 하더라도 해당 아파트는 은행 대출로 중도금 등이 지불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대출금과 이자까지 물고 아파트를 떠안아야 한다. 특히 금융권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퇴출 건설사'를 곧 발표할 예정이어서 바지계약을 맺은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은 청구 등 건설사 직원들도 바지계약 아파트를 떠안게 되면서 일부는 개인 파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정식계약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경기 고양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강제로 팔려다가 직원들이 나중에 아파트를 한꺼번에 팔 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바지계약이 문제가 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지검은 경북 경산의 미분양 아파트를 '바지계약'을 통해 분양,중도금 2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지난달 대동종합건설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동은 자사 직원과 브로커 등을 통해 220여명의 바지계약자 명의를 빌려 가짜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뒤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바지계약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의 부실 정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바지계약이나 직원 강매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건설사 구조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