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하면서 은행권이 애를 태우고 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CD금리가 연 6% 이상으로 치솟아 높은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연 2%대로 내려앉아 역마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CD금리에 연동된 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대출 기준금리를 CD금리에서 다른 금리로 바꿔보려 해도 여러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 결국 'CD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진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를 변칙으로 인상하거나 예금금리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8일 현재 CD금리는 연 2.97%로 작년 최고치(10월24일 6.18%)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CD금리에 연동하는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7~9%대에서 3~5%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대부분의 자금을 만기가 긴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등으로 조달해 예금자와 은행채 매수자에게는 높은 금리를 계속 줘야 하지만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는 CD금리 인하폭만큼 깎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전체 대출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CD연동 대출 비중을 줄이려 하지만 기존 대출자들이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대출자 입장에선 현재 CD연동 대출금리가 가장 낮아 다른 대출로 바꿀 이유가 없는 데다 갈아탄다 해도 적잖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 기준금리를 CD가 아닌 다른 지표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코리보 금리'(국내 은행 간 단기 거래금리)나 자체 내부 금리도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기준금리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은행들은 임시방편으로 신규 대출의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문제는 겉으론 가산금리를 전혀 올리지 않았다고 하면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지난 16일 본지 기자들이 서울 시내의 여러 은행지점에서 신규 주택대출 상담을 받은 결과 실제 대출받을 수 있는 금리는 연 5.5~5.9%(3개월 변동금리 기준)였다. 이는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를 상대로 고시한 최고금리보다 0.5%포인트가량 높다. 대출 상담을 한 은행원은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고 담보가치가 높은 고객이라도 현재 연 5.5% 이하로는 돈을 빌릴 수 없다"며 "고시 금리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본점에서 대출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어 예금금리를 떨어뜨려 예대마진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이기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