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위례·검단 '10조 보상금'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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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앞다퉈 상담부스 설치…유치경쟁 치열
이번주 보상금 풀리는 마곡, 증권사 깃발 '빼곡'
이번주 보상금 풀리는 마곡, 증권사 깃발 '빼곡'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역 부근의 강서농협 건물 5층에 자리잡은 서울시 SH공사 보상본부 사무실.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택지지구로 각광받는 강서구 마곡지구의 토지보상금 신청을 받는 곳이다. 이번 주 첫 보상금 입금을 앞둔 지난 주말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말끔하게 차려입은 증권사 직원들이 어깨에 띠를 두른 채 큰 소리로 고객을 이끈다. 승강기 앞에서부터 SH공사 사무실 입구까지 빼곡히 들어찬 부스마다 고객들의 상담이 이어졌다. 이곳엔 3조5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놓고 농협과 삼성 대우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굿모닝신한 대신 NH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부스를 차리고 고객유치를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엔 증권사들이 단순히 채권할인을 통한 수수료 수입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새로운 고객 유치라는 관점으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토지소유자들의 생각도 바뀌어 무조건 부동산만 찾지 않고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보인다. "(최종률 굿모닝신한증권 팀장)
마곡지구에선 현금이나 3년 만기 SH공사 채권(에스에이치공사채권09-01)으로 토지보상금을 지급한다. 현금으로 받으려면 농협이나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채권으로 받을 경우엔 증권계좌가 필요하다. 현지주민은 전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부재지주는 1억원과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제외한 금액을 채권으로 받게 된다.
이번에 지주들이 받는 채권의 표면이자율이 연 5.76%로 높아 만기 때가지 보유하려는 수요도 많고,바로 처분하더라도 이득이라는 지적이다. 최 팀장은 "채권으로 받아 팔 경우엔 양도세 감면 혜택을 포함해 (현금보다) 1억원당 200만원가량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유택 SH공사 보상본부 대리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현지 주민 가운데 채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 이미 현금으로 협의를 끝내고도 다시 채권으로 바꾸겠다는 지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별 보상규모도 많게는 110억원을 받는 지주도 있고 대개는 20억~30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보상신청을 받고 있는 마곡지구의 보상협의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재익 SH공사 차장은 "시간을 끌기보다 빨리 현금화해 빚부터 갚겠다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도 많다"며 "전체 보상대상자 2300여명 가운데 신청률이 벌써 50%를 웃돌아 오는 2월 초면 협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새벽부터 주민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업무는 밤 11시가 넘어야 끝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부모를 모시고 부스를 찾은 주민 P씨(44)는 "어머니 명의로 나오는 보상금 12억원은 전액 채권으로 받고,아버지 명의의 20억원은 자식들에게 일부 증여한 뒤 일단 현금으로 갖고 있을 계획"이라며 "주가가 많이 빠져 펀드 등에 대한 투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마케팅을 앞세워 지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금과 채권을 같이 받는 고객을 위해 농협과의 연계통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주민들을 신라호텔로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여는 한편 본사 투자컨설팅부의 지원으로 내달 5일에도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주민들을 인근 호텔로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고,우리투자증권은 현지 세무법인과 연계해 지난해 10월부터 편지를 다섯 차례 이상 발송하고 최근엔 일대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농촌 지역의 특성상 농협의 영향력이 큰 탓에 은행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한 편이다. 은행들의 유치노력은 고작 건물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인근 은행 관계자는 "조합원 기반이 탄탄한 농협이 SH공사와 계약까지 맺은 탓에 마케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7일부터 보상업무에 들어가 이달 말부터 1조5000억원이 풀리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토지보상사업단이 입주한 빌딩 지하부터 꼭대기인 5층까지 증권사 다섯 곳과 은행 하나가 층층마다 들어와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오는 6월 5조원 규모의 인천 검단지구 보상금이 풀리는 등 상반기에만 전체 보상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어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자금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재희/김일규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