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는 장신,장타자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2009소니오픈에서 입증됐다.

19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 · 길이7060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사람은 '레이업 맨'으로 정평 난 잭 존슨(미국)이다.

존슨은 4라운드합계 15언더파 265타를 기록,아담 스콧(호주)과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97만2000달러(약 13억2000만원).

존슨은 2007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나흘 동안 모든 파5홀에서 '레이 업'(직접 목표를 겨냥하지 않고 우회하는 안전한 공략)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은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존슨은 지난해 드라이버샷 거리가 평균 275야드로 투어 랭킹 181위에 머물렀다. 키도 178㎝로 큰 편은 아니다.

존슨과 우승다툼을 벌였던 톰스도 키가 175㎝로 크지 않은데다 역시 '레이 업의 1인자'로 불릴 만큼 스마트한 플레이를 하기로 정평났다.

2001년 USPGA챔피언십 마지막날 파4인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레이업한 것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톰스는 지난해 드라이버샷 거리가 282야드로 랭킹 146위를 기록했다.

그밖에 케빈 나(26),마루야마 시게키(일본),최경주(39 · 나이키골프) 등이 비교적 단신에 드라이버샷 거리는 투어평균치(지난해 288야드) 이하로 장타자가 아니다. 투어에서 살아남으려면 큰 체구에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지녀야 한다는 속설과 다른 결과다.

특히 일본계 하와이언인 태드 후지카와(18)는 미국LPGA투어에서도 최단신에 가까운 155㎝의 키인데도 셋째날 우승권에 근접하는 이변을 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드라이버샷 거리 282.1야드로 78명 가운데 중간쯤인 45위를 차지했다. 최종일 오버파를 치며 32위로 마감했지만 '아시아계 단신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 美PGA 단타자도 통하네
후지카와는 마지막날까지 화제를 뿌렸다. 7번홀(파3 · 길이 167야드)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니 클럽이 13개밖에 없었던 것.

전 홀 페어웨이벙커 옆에 6번 아이언을 놓고 왔다는 것을 안 후지카와는 친구이자 캐디인 샤킬 아메드를 보내 찾아왔으나 시간이 촉박해 7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야 했다. 그 샷은 짧아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갔고 보기로 연결됐다.

지난해 챔피언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경주는 합계 7언더파 273타의 공동 12위를 차지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최종일 4타를 줄인끝에 공동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그는 "그동안 대회 마지막날 성적이 안 좋아 체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느꼈다. 올 시즌을 앞두고 5주 동안 골프클럽을 잡지 않고 체력훈련만 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