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좌뇌,미술은 우뇌에 민감
인간의 지성과 감성,창조와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대뇌피질은 전두엽(이마쪽) 측두엽(양측면) 두정엽(정수리쪽) 후두엽(뒤통수쪽) 등 네 영역으로 나뉜다. 음악은 측두엽,미술은 후두엽과 관련 있다.
측두엽의 청각피질은 청각과 언어능력,기억을 관장한다.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일반적으로 '측두엽 대상판'이 발달한다. 측두엽을 좌뇌(지성의 뇌)와 우뇌(감성의 뇌)로 구분하면 전체 인구의 65%는 좌뇌(왼쪽 측두엽)가 더 발달된 사람이고 10%만이 우뇌(오른쪽 측두엽)가 더 발달돼 있다. 이는 태아가 임신 31주 시점에 이미 결정된다고 한다. 발음을 잘 알아듣거나 음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왼쪽 측두엽 대상판이 오른쪽보다 5배가량 크다. 전문음악인들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통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뇌량도 일반인에 비해 10~15% 크다.
우뇌가 멜로디에,좌뇌가 리듬에 보다 관여한다거나 멘델스존처럼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은 낭만적이고 자의적인(좌뇌에 우뇌가 어우러진) 음악을 만드는 반면 바흐처럼 음악에만 전념하면 정교하고 수학적인(좌뇌 일변도의) 음악을 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으니 참고해볼 일이다.
후두엽의 시각피질은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의 모양 위치 운동상태를 분석한다. 측두엽은 6~12세 발달하지만 후두엽은 12세 이후에 본격적인 발달이 시작된다. 사춘기 시절에 미적 감각이 생기고 자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며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되고 유명인에 열광하는 것은 후두엽의 영향이 지대하다. 전문가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면 0.3초 내에 정신이 혼미해지듯 좋은 미술작품을 접하면 순간적으로 우뇌가 강한 자극을 받는다고 볼수 있다고 말한다.
◆취미와 치료수단으로서의 음악과 미술의 차이
음악은 춤곡이나 템포 빠른 댄스곡이 아니라면 이해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미술은 음악과 달리 보는 순간에 분석하게 되며 느끼는 감성의 에너지가 크다. 그래서 미술에 빠지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집안에 들여놓든지,전시장에 나가든지,화집을 사서 보게 되며 나아가 직접 붓을 잡기도 한다. 아마추어 애호가 수준이라면 음악은 그저 빠져 들면 쉽게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미술은 자기 경험과 상상력을 화폭에 옮기는 과정에서 테크닉을 익히고 소재를 찾고 주제를 표현해야 하므로 고독과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신질환 치료수단으로서 미술치료는 심상을 언어 대신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런 과정에서 통찰 학습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초기에는 에너지가 떨어져보이지만 그리고 조각하고 토론 · 감상 · 정리하는 가운데 활기를 찾고 몸을 움직이게 되며 창조적 에너지를 찾는다. 또 개별성이 강해 환자의 내면을 표출시키므로 심층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시간적이고 미술은 공간적이기 때문에 미술치료는 구체적이고 영속성이 있다.
반면 음악치료는 집단성이 강하고 오락적인 성격을 지녀 환자가 처음 접하는데 미술치료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반복성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사물을 그려도 매번 다른 변화를 보이는 미술치료에 비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환자의 내면 심리까지 파악하기 어려워 개별적인 치료가 힘들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서유헌 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수
김선현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