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최종 등록 마감일을 열흘 앞둔 19일 서울 강남의 대형 PLS학원.한 반에 수십명의 수강생들로 북적대던 강의실에는 수명만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난해 수강생이 최대 약 150명에 달했던 '합격의 법학원'도 1월 현재 수강인원이 8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강남역 대로변에 있는 학원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히 메가로스쿨이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면서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개원 1년을 맞은 로스쿨 학원들 간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2007년 7월 로스쿨 관련 법이 통과될 당시만 해도 로스쿨 학원시장은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500억원대에 불과했다. 당시 30여개 업체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살아남은 곳은 다산로스쿨,LSA 등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나머지 중소 학원들은 망하거나 수강생이 없어 아예 강의를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학원들도 줄도산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학원인 KLA와 리트스터디가 파산했고,김영 편입학원이 투자해 세운 PLS학원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처럼 상황이 어려워진 이유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잉 투자가 이뤄진 데다 로스쿨제도 자체가 안정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역 노른자위 땅에 막대한 투자를 한 학원들의 경우 로스쿨 응시생이 지금보다 8배 많은 8만명 정도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남 학원가 관계자는 "현재 1만여명에 불과한 응시생으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로스쿨 학원가의 진흙탕 싸움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거대 자본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한 메가로스쿨의 경우 '합격의 법학원' 강사 14명 중 7명을 스카우트하는 바람에 현재 법적 소송에까지 휘말려 있다. 합격의 법학원은 스타강사인 조모씨의 유출로 2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 강사진을 바탕으로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자리를 잡은 학원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지난해 수강생의 절반인 150여명을 로스쿨에 합격시킨 다산로스쿨은 믿을 만한 입시정보와 강사진으로 수강생들의 로열티가 높은 편이다.

올해 로스쿨에 지원한 김모씨(34)는 "수강생들이 학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믿을 만한 학원이 다산로스쿨과 LSA 정도"라며 "입시정보나 강의 콘텐츠가 다른 학원에 비해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산로스쿨의 김성률 이사는 "3년쯤 지나야 업계가 안정될 것 같다"며 "1회성 이벤트나 마케팅보다 수준 높은 강의와 콘텐츠를 유지하고 남보다 앞선 입시컨설팅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김효정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