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부 판사들의 탄식 "왜 이 지경까지 버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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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신청 부정적 인식 버려야
"직원들 월급 줄 걱정에 밤잠을 설칩니다. "
기업 경영자의 말이 아니다. 기업회생을 담당하는 파산부 판사들의 얘기다.
경기불황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 달치 운전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기에 직원들 월급 줄 돈조차 없다는 것.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불필요한 자산 등을 팔아 월급은 어떻게든 마련해 보려고 하지만 워낙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는 바람에 상당수가 몇 달씩 밀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회생 신청한 기업은 110곳.한 달 평균 9개꼴이다. 올해는 지난 15일까지 신청한 기업만 11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한 달치 운전자금도 없는 절박한 상태가 되고 나서야 회생신청을 한다는 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자산 규모가 몇천억원대로 큰 회사도 운전자금이 없어 회생결정이 폐지되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기업들의 회생신청 시기가 대부분 늦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근래 들어 신성건설,쌍용자동차 등 큰 기업까지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하면서 파산부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신성건설의 경우 200억원가량의 운전자금이 필요한데 50억원대의 여유자금밖에 없어 첫달을 제외하고는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대부분의 현장에서 조업도 중단된 상태다. 쌍용차는 직원들 한 달치 월급에도 못 미치는 운전자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서야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회생신청'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들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최대한 버티다 신청을 하는 것.또 정부나 금융권 차원의 대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늑장 신청의 한 원인이다.
회생신청이 늦어질수록 근로자들과 기업의 고충은 커진다. 운전자금이 부족하니 조업이 중단되고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
숙련된 핵심기술 인력들이 제 살길을 찾아 다른 기업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회생신청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이동원 부장판사는 "기업의 자금 흐름을 주시하다 재무구조가 불건전해질 것으로 예상되면 6개월 정도의 최소 운전자금이 있는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는 게 좋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회생기업은 조업이 중단되지 않아 재무구조가 하루빨리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기업 경영자의 말이 아니다. 기업회생을 담당하는 파산부 판사들의 얘기다.
경기불황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 달치 운전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기에 직원들 월급 줄 돈조차 없다는 것.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불필요한 자산 등을 팔아 월급은 어떻게든 마련해 보려고 하지만 워낙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는 바람에 상당수가 몇 달씩 밀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회생 신청한 기업은 110곳.한 달 평균 9개꼴이다. 올해는 지난 15일까지 신청한 기업만 11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한 달치 운전자금도 없는 절박한 상태가 되고 나서야 회생신청을 한다는 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자산 규모가 몇천억원대로 큰 회사도 운전자금이 없어 회생결정이 폐지되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기업들의 회생신청 시기가 대부분 늦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근래 들어 신성건설,쌍용자동차 등 큰 기업까지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하면서 파산부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신성건설의 경우 200억원가량의 운전자금이 필요한데 50억원대의 여유자금밖에 없어 첫달을 제외하고는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대부분의 현장에서 조업도 중단된 상태다. 쌍용차는 직원들 한 달치 월급에도 못 미치는 운전자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서야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회생신청'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들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최대한 버티다 신청을 하는 것.또 정부나 금융권 차원의 대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늑장 신청의 한 원인이다.
회생신청이 늦어질수록 근로자들과 기업의 고충은 커진다. 운전자금이 부족하니 조업이 중단되고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
숙련된 핵심기술 인력들이 제 살길을 찾아 다른 기업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회생신청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이동원 부장판사는 "기업의 자금 흐름을 주시하다 재무구조가 불건전해질 것으로 예상되면 6개월 정도의 최소 운전자금이 있는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는 게 좋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회생기업은 조업이 중단되지 않아 재무구조가 하루빨리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