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 진용이 새롭게 짜여졌다. 하지만 기분 좋은 출발을 말하기에는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나도 냉혹하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고 있고 고용은 지난해 말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굼뜨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새 경제팀이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만큼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기보다는 전임자들이 꺼내놓은 각종 대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1기 경제팀이 짜놓은 비상 대책을 이번 경제팀이 제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팀이 발언보다 실적을 앞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재정지출을 최대한 상반기에 앞당겨 시행하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수정 예산안 편성 등으로 11조원가량 늘어난 재정을 바탕으로,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지원과 신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필요한 돈이 제때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실무부처의 예산 배정 및 집행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지출을 앞당기는 것은 상반기로 예상되는 '고용 쇼크'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실업자가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청년인턴 녹색뉴딜 공공근로사업 등 공공부문 일자리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1기 경제팀은 일자리 지키기를 올해 고용정책의 기조로 내세웠지만 고통분담을 위한 노 · 사 · 정 대타협 등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2기 경제팀은 이를 구체화하고 정책 인센티브를 개발해 노사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오히려 가중되는 미스매칭(부조화)을 바로잡아 실업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동시에 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짐도 새 경제팀이 지게 됐다. 자체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조기에 도려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어디가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신용경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과감하게 솎아내야만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정부가 바라는 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불합리한 규제 개혁 등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MB노믹스'의 기본 철학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다. 이와 함께 은행의 체질을 개선하고 서울 외환시장의 구조를 튼튼히 해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장관 교체기에 생길 수 있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사청문회 등 장관 임명절차는 짧게는 2주,국회 상황에 따라 길어지면 한 달을 넘길 수도 있다.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내정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요즘은 하루가 아까운데 인수인계로 몇 주씩 업무공백이 생겨서는 곤란하다"며 "신임 장관이 정식 임명 전에는 은행회관이나 여의도쯤에 상황실이라도 차려 놓고 인수인계와 정책 집행을 동시에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