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新우신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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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계산 않을 때 가능 무조건적 헌신이 성공 이끌어
'생명은 우신의 도움 없이 잉태될 수 없다. 생명은 결혼에서 얻어지는데 결혼은 경망 덕이다. 결혼의 불편함을 계산한다면 누가 그 멍에에 목을 내밀까. 아이를 낳는 위험과 기르는 고생을 생각하면 어떤 여자가 남자에게 갈까. '
위대한 인문주의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1466~1536년)의 '우신예찬(愚神禮讚)' 중 한 대목이다. 이런 내용도 있다. '인연을 맺은 사람이면 무조건 아름답게 보고 좋아하는 어리석음이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하고 유대를 강화시킨다. 우신이 없다면 백성과 임금,친구,아내와 남편 모두 서로 참고 견디기 힘들 것이다. '
에라스무스는 네덜란드 태생의 신학자이자 작가다. 신부였지만 평생 사제복을 입지도,미사를 드리지도 않았다. 군주와 성직자 군인 공무원 수공업자 농민으로 구성된 사회에 학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음에도 그는 독서와 여행,통찰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책을 펴냈다.
그가 살았던 때는 지금 같은 격변의 시대였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인쇄술 발명은 사제의 전유물이던 성경을 대중도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가톨릭 지배 세력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종교개혁의 불을 당겼다. 희망봉과 아메리카 대륙 발견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종래와 전혀 다른 세상의 존재에 눈 뜨게 만들었다.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사람들은 삶의 좌표를 찾지 못해 허둥거렸다. '우신예찬'은 그런 세상을 향한 풍자이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유토피아'로 유명한 토머스 모어의 집에서 불과 열흘 만에 써냈다는 이 책을 통해 그는 사제와 군주 등 지배세력을 통렬하게 비꼬는 한편 어리석음의 힘에 주목했다.
누가 뭐래도 의심하지 않는 우둔함,자신의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착각과 환상,알아주는 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자아도취와 명예욕에서 비롯되는 용기와 실천력이 사랑과 우정을 유지시키는 건 물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가난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학문과 예술,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어지럽고 불안한 세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다들 돈과 출세를 지향한다지만 성공의 대명사라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국세청장은 연이어 의혹으로 낙마하고,사법연수원생은 불법 강의와 성적 조작으로 처벌받는다.
300만 청년 실업자에 자영업자들까지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마당에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은 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거나 방송에 나와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한다. 실력보다 끈이 우선이요,한 우물을 파다간 약삭 빠른 이들에게 밀려 제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래도 우리 모두 어떻게 살지 선택할 수는 있다. 에라스무스에 따르면 역사는 환상을 좇는 자의 몫이다. 환상으로 인한 열정과 맹목적인 헌신이 있어야 도전과 성취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에라스무스의 말을 빌릴 것도 없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면 능력을 펼치기 어렵다고 하거니와 주변을 둘러보면 번듯한 학벌을 믿고 조직의 작은 부조리나 고생을 못참은 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일찍 좌초하는 사람,끈을 좇아 헤매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이 허다하다. 거꾸로 무섭도록 한 우물을 파 인생의 꼭지점을 높이 세우는 이도 많다.
에라스무스는 또분노와 교만,정념에서 벗어나 선을 지향하는 것도 어리석음이며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행복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불안할수록,앞이 캄캄할수록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믿고,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 우직하게 매달려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기축년 한 해,우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소처럼 미련한듯 뚝심있게 살아볼 일이다. 기회는 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싶은 순간에 온다.
위대한 인문주의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1466~1536년)의 '우신예찬(愚神禮讚)' 중 한 대목이다. 이런 내용도 있다. '인연을 맺은 사람이면 무조건 아름답게 보고 좋아하는 어리석음이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하고 유대를 강화시킨다. 우신이 없다면 백성과 임금,친구,아내와 남편 모두 서로 참고 견디기 힘들 것이다. '
에라스무스는 네덜란드 태생의 신학자이자 작가다. 신부였지만 평생 사제복을 입지도,미사를 드리지도 않았다. 군주와 성직자 군인 공무원 수공업자 농민으로 구성된 사회에 학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음에도 그는 독서와 여행,통찰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책을 펴냈다.
그가 살았던 때는 지금 같은 격변의 시대였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인쇄술 발명은 사제의 전유물이던 성경을 대중도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가톨릭 지배 세력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종교개혁의 불을 당겼다. 희망봉과 아메리카 대륙 발견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종래와 전혀 다른 세상의 존재에 눈 뜨게 만들었다.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사람들은 삶의 좌표를 찾지 못해 허둥거렸다. '우신예찬'은 그런 세상을 향한 풍자이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유토피아'로 유명한 토머스 모어의 집에서 불과 열흘 만에 써냈다는 이 책을 통해 그는 사제와 군주 등 지배세력을 통렬하게 비꼬는 한편 어리석음의 힘에 주목했다.
누가 뭐래도 의심하지 않는 우둔함,자신의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착각과 환상,알아주는 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자아도취와 명예욕에서 비롯되는 용기와 실천력이 사랑과 우정을 유지시키는 건 물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가난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학문과 예술,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어지럽고 불안한 세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다들 돈과 출세를 지향한다지만 성공의 대명사라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국세청장은 연이어 의혹으로 낙마하고,사법연수원생은 불법 강의와 성적 조작으로 처벌받는다.
300만 청년 실업자에 자영업자들까지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마당에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은 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거나 방송에 나와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한다. 실력보다 끈이 우선이요,한 우물을 파다간 약삭 빠른 이들에게 밀려 제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래도 우리 모두 어떻게 살지 선택할 수는 있다. 에라스무스에 따르면 역사는 환상을 좇는 자의 몫이다. 환상으로 인한 열정과 맹목적인 헌신이 있어야 도전과 성취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에라스무스의 말을 빌릴 것도 없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면 능력을 펼치기 어렵다고 하거니와 주변을 둘러보면 번듯한 학벌을 믿고 조직의 작은 부조리나 고생을 못참은 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일찍 좌초하는 사람,끈을 좇아 헤매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이 허다하다. 거꾸로 무섭도록 한 우물을 파 인생의 꼭지점을 높이 세우는 이도 많다.
에라스무스는 또분노와 교만,정념에서 벗어나 선을 지향하는 것도 어리석음이며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행복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불안할수록,앞이 캄캄할수록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믿고,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 우직하게 매달려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기축년 한 해,우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소처럼 미련한듯 뚝심있게 살아볼 일이다. 기회는 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싶은 순간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