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치료를 그만둘 수 있는지를 가릴 `존엄사 사건' 항소심 판결이 다음 달 내려진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20일 열린 존엄사 사건 첫 기일에서 이날로 변론을 마치고 다음 달 10일 오전 10시에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이날 원고 측은 "의식이 없다고 해서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존엄사와 관련한) 입법과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받는 고통을 고려해 재판부가 타당성이 있는 판결을 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피고인 세브란스병원 측은 "회복 가능성은 확률의 문제로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는 뇌사에 가까운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 주치의는 진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단정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병원 측은 "환자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된 `보라매병원 판결' 이후 의사들은 인공호흡기 제거를 극도로 꺼리게 됐다"며 "재판부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법리를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변론에서 원고와 피고 측은 모두 환자의 상태 등 1심에서 확인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은 설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일반적인 기준을 세워달라고 하는데 우리 사법제도상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고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모(76.여) 씨의 자녀는 작년 2월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작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은 김 씨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을 사상 최초로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