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일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재개, 2주 넘게 진행된 가스 분쟁이 일단락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즈프롬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내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모두 재개했다"고 밝혔다.

가즈프롬과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는 전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율리아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올해부터 2019년까지 적용되는 천연가스 공급 협약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17일 양국 총리 회담을 통해 올 1ㆍ4분기 공급가격을 유럽시장 가격보다 20% 저렴하게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정확한 공급 가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통과료는 현재의 1.7달러(100km기준)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유럽시장 가격인 450달러를 요구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가스 통과료 인상과 함께 201달러를 주장,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소위 시범 공급가스를 167달러(1천㎥당)에 110억 ㎥를 제공받기로 했다.

시범 공급가스는 우크라이나가 가스 공급 재개에 앞서 가스관, 펌프장 등 관련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이 가스를 러시아산 가스에서 무료 충당하겠다는 주장인 반면 러시아는 돈을 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날 가스 공급 재개로 지난 1일부터 계속된 양국 간 가스 분쟁이 일단락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31일 가스 채무와 가스대금 협상이 결렬되자 새해 1월1일 우크라이나행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어 지난 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 일부를 유용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관통 가스관을 이용한 유럽행 가스공급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후 유럽연합(EU)이 국제감시단 파견이란 중재안을 통해 3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가스 공급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약속 당일인 지난 13일 시험 재개 4시간 만에 다시 공급이 중단됐다.

러시아는 `미국 배후설'까지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가스 밸브를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결코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교묘히 가스 운송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로를 택했다면서 다른 루트로 가스를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재개했지만, 가스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 소비국에 도달하기까지는 가스압력 등을 고려하면 2~3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 국가들은 지난 13일에도 가스 공급 재개를 기대했다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자국 수용가에 이를 때까지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가스 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불가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등 EU 18개 회원국이 한겨울 추위에 가스 부족 사태를 겪어야 했다.

가즈프롬은 이번 분쟁으로 약 12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