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용산구 도시환경정비사업지역 내 건물을 불법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과 철거 관련 이익단체 회원 40여명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특공대 소속 김남훈(31)경장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경찰 특공대원들이 건물 옥상 농성장에 진입하던 중 철거민들이 쌓아 뒀던 시너병 70여개가 폭발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20일 경찰과 용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오전 6시45분 용산구 한강로3가 국제빌딩 인근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에 있는 5층짜리 남일당 건물에서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인 철거민들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 등에 대한 해산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기중기로 경찰특공대를 실은 컨테이너를 건물 옥상에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과 전철연 회원 등은 화염병,염산병 등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했다. 진압이 시작된 지 40여분 뒤 이 건물 옥상에 농성자들이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쌓아 뒀던 시너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전철연 등 철거 관련 이익단체 회원들이 자신들과 무관한 사건에 개입,사태를 주동했다"고 설명했다. 철거민들은 그러나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입장 발표문을 통해 "불법 점거농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을 잃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수사본부를 긴급 구성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