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출범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어윤대 초대 위원장은 '국격(國格)'을 유난히 강조했다. 국가브랜드의 의미를 이 말로 요약했다. 외국에서 삼성이나 현대 등 기업 브랜드가 '한국'이란 국가브랜드 이미지보다 훨씬 좋은 게 현실인데,이 격차를 줄여 우리나라의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는'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게 당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면 같은 제품도 더 좋은 값을 받고 국민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21일 어 위원장을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국가브랜드를 어떻게 규정하나.

"넓은 의미의 국가의 격이다. 기본적으로 국가브랜드의 의미는 두 가지다. 우선은 남들이 사랑하는 훌륭한 나라로 만들어야 된다는 차원이고 또 하나는 기업도 제품뿐 아니라 '네임 밸류'에 의해 가치가 생기듯 국가도 '네임 밸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우리 국가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 제품의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다. 슬로건이나 만들고 그런 일을 하는 곳은 아니다. "

▼브랜드위를 만든 목적은.



"기존에 범정부적 협의체로서 국가이미지위원회가 있었으나 주로 정부 인사로만 구성돼 민간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 이번에 민간 중심으로 짠 것이다. "

▼누구 아이디어인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고 위원회를 만들자고 한 것도 대통령의 아이디어다. "

▼이 대통령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국내 유명 대기업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는 세계 13위이고 세계 100대 기업 브랜드 수는 3개로 7위권이다. 반면 국가브랜드 가치는 33위에 불과하다.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34% 정도 된다고 한다. 돈을 빌릴 때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더 붙는 것도 거기에 비례한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한국,다시 말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삼성 현대 LG가 해외에선 한국 기업인지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할 일은 '메이드 인 코리아'브랜드와 앞서가고 있는 한국 기업 브랜드 가치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

▼우리가 내세울 만한 국가 브랜드는.


"외국에서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IT(정보기술)제품들,근면성 등이다. 요즘엔 한류 등도 거론된다. 압축성장과 민주주의 달성도 자랑스럽다. 앞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

▼불법 폭력 시위와 지난 연말 '국회 해머'사건이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당연히 국가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외국의 시사주간지 커버스토리에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놀랄 만한 사건이다. 그런 것들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선진국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해머 폭력)모습은 한국이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꼭 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대통령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법질서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경제적으론 우리나라는 벌써 선진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아직 선진국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해외에서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겠다. 이건 우리가 잘 사는 나라를 넘어 훌륭한 나라가 되느냐의 문제다. 그것을 잘하면 30년 후에는 한국도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녹색 성장이 국가브랜드에 도움이 되나.


"국가브랜드를 평가하는 데 중요시하는 것은 후진국에 대한 원조를 얼마나 하느냐,환경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문화 유산이 얼마나 있나,또 당신이 기업체 사장이라면 한국 사람을 고용할 것인가 등이다. 이 중에서 특히 외국에 대한 지원과 환경분야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데 녹색 성장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아주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

▼위원장께서 최근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적극 주장했는데,후진국 출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설움 당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브랜드 이미지에 절대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자기중심적인 그런 생각은 더 이상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한국이 그런 면에서 보면 아주 국수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게 꼭 장점은 아닌 그런 세상이 됐다. '우리끼리'라는 것에서 벗어나 '더불어'라는 의식을 갖춰야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

▼외국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보나.


"일본인들에게 한국인에게 꼭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남에 대한 배려'를 꼽는다. 최근 고촉동 싱가포르 전 총리가 한국에 왔었는데 싱가포르가 작은 국가임에도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를 물으니 신뢰를 얘기하더라.신뢰받는 국가,남을 배려하는 국가 이런 것이 필요하다. "

▼브랜드위원회에 대기업 실무 전문가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는 게 이색적이다.


"10여년 전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은행이 국제금융센터를 만들어 시중은행의 전문가들을 모셨다. 그때 왔던 사람들이 시장의 생동감 있는 정보를 제공해 국제금융센터가 성공적으로 확립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번에도 수출 또는 홍보 현장의 실무자들이 오면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홍영식/임원기/강은구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