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전망한 올해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3%를 무려 2.6%포인트나 낮춘 0.7%로 수정한 전망을 21일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제로 성장으로 본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도 의미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KDI 스스로도 0.7% 전망은 정부의 정책적 효과에 대한 기대를 전제로 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국책연구소인 KDI가 그동안 수정 전망치 제시를 미루면서 고심했던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시간이 갈수록 올해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수정 전망들이 이렇게 속출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성장률을 대폭 낮춘 이유는 세부 경제지표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번 예측할 때보다 소비 투자 등 내수 위축(萎縮)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기 급락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하반기에 가면 일부지표들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연간으로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 내외에 그치고, 설비투자는 큰 폭의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 역시 세계경제가 급락하고 있어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다 취업자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고용사정도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부의 여러 경기진작책들이 제대로 먹히는 기미가 안보인다는 점이다.

실물경기의 급격한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流動性)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돈은 돌지 않고,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러다가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고, 고용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 당장 빚이 많은 가계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것이 또 다른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말란 보장도 없다.

KDI는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 금융기관 자본확충 등을 건의했다. 조심스럽게 표현했지만 새 경제팀은 경기침체의 심화와 금융부실 가능성 등을 전제로 비상계획을 짜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린다. 제로성장 내지 마이너스 성장 시나리오를 전제로 올해 경제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