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 사망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 참여 단체 중 상당수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관련 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광우병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을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각종 단체와 정치권이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용산대책위에 따르면 진보신당,민주노동당,민주노총,다함께,안티이명박카페,사회주의노동자연합 등 100여개 단체가 용산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관련 불법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로 사실상 명칭만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용산대책위'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용산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일 저녁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이른바 '촛불집회'를 열고 도로 불법 점거와 투석전 등 불법 과격 시위를 주도했다.

또 지난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핵심인 '안티 이명박 카페' 소속 회원들은 사고 빌딩 옆에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라는 이름이 적힌 천막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이름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는 문자메시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용산대책위 관계자는 "(용산대책위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때 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말살하려는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기 때문에 같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용산 철거민문제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윤상필씨(31)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그런데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뭔가 해보겠다고 달려드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20일 집회 때도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에는 이번 참사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등 외부 단체의 개입 때문에 커졌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한 네티즌(아이디 피안의소리)은 "자신들이 쌓아놓은 시너에 불이 붙어 사고가 생긴 것 아니냐"며 "그 때문에 경찰도 죽었는데 일방적으로 자신들만 피해자인양 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철/이기주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