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이 모든 임원의 급여를 10% 삭감하고 단거리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 이용을 의무화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돌입한다. 현대 · 기아차그룹은 악화된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그룹 임원들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하고 출장비,소모비품비 등 경상예산을 20% 이상 줄이기로 하는 내용의 긴축 경영 계획을 마련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들이 급여를 자진 삭감키로 한 것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통상적인 비상경영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전사적인 초긴축 경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 · 기아차그룹은 임직원의 해외출장시 단거리 노선은 이코노미석을 의무 이용토록 했고,업무용 차량 운행을 대폭 축소하고 배차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업무시간 중에는 셔틀버스 운행을 중지하고,파손용품을 제외한 사무용품의 교체도 당분간 중단할 방침이다.

복리후생 부문에서는 △체육대회 문화행사 등 통상적 연례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을 20% 이상 절감하며 △직원의 연월차를 50% 이상 의무 사용토록 해 인건비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앞서 현대 · 기아차그룹은 지난해 12월22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면서 과장급 이상 관리직 임금을 동결하고 조업시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 판매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기지의 올 1분기 생산량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30% 감축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을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할 정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제 현대 · 기아차는 비상경영을 통한 생존 경영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호돈 현대차 울산공장장(부사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지금은 파업에 나설 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함께 나설 때"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최근 회사 경영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를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강 부사장은 "글로벌 불황으로 지금은 차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으로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재고가 1년치를 넘어섰다"며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가 감산에 나선 마당에 현대차 공장만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통해 생산량을 유지하는 가운데 회사의 임금 부담을 늘려서는 생존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