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한화가 산업은행에 납입한 3000여억원의 계약 이행보증금(총 인수금액의 5%)을 놓고 양측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은 측은 작년 11월14일 한화와 맺은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이행보증금의 전액 몰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화는 산은이 세부실사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을 들어 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한화는 이미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법률 검토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세종과 그룹 자문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통해 이행보증금 반환 작업에 착수했다.

한화 입장에서 3000억원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큰 돈이다. 주력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이 최근 3~4년간 기록한 한 해 순이익(2500억~3000억원)과 맞먹는 규모인 데다 잠정 집계된 작년 그룹 전체 순이익(1조여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두 법무법인은 산은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와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세부실사가 무산됐고,결국 협상이 깨졌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예정이다. 또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처럼 반환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점과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MOU상 계약 파기 조건으로 명시된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대우조선 인수에 참여했던 3개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소송 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행보증금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은은 "전액 몰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본계약 체결 연기 등 한화 측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준 만큼 보증금 반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상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소송이 한화에 불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소송 과정에서 MOU 체결 이후의 중대한 경제상황 변화나 협상 주체들의 책임론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