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용산 참사의 직접 화재원인이 `농성자들이 들고 있던 불붙은 화염병'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6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와 관련한 의문점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농성자들의 과격행동에 대비해 미리 안전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사전 대책을 세웠음에도 불구, 이를 도외시한 채 서둘러 진압에 나선 이유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 "화재·참사는 농성자들 `공동책임'"

검찰은 참사가 발생한 건물 망루 안에 있었던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6명에 대해 22일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화재 원인이 농성자들이 들고 있던 `화염병'에 있었다고 사실상 결론 냈다.

화인을 둘러싸고 그동안 `화염병을 들고 있지 않았다'는 철거민 측과 `화염병을 든 것을 봤다'는 경찰 주장이 엇갈렸지만, 검찰은 철거민 중 일부가 화염병을 들고 있었다는 일치된 진술을 받아내 이를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찰 특공대가 망루 안으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벌였고 그 안에 있던 농성자들이 위층으로 쫓기는 과정에서 불을 붙인 채 들고 있던 화염병 때문에 인화물질이 가득 찬 망루에 불이 옮겨 붙어 순식간에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농성자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경찰 특공대를 향해 고의로 화염병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대신 화염병을 실수로 떨어뜨렸거나 무의식적으로 던졌을 수도 있지만 불이 난 데 대해서는 망루에 있던 농성자 모두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성자들이 스스로 망루 안에 시너와 화염병 등 인화물질을 상당량 비축해 뒀던 상태여서 화염병을 사용하면 큰 위험이 뒤따를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에게 `공동책임'을 지운 이유다.

그러나 검찰의 결론이 다소 모호해 철거민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 외부세력 `조직적 개입'했나

검찰은 또 이번 농성에는 이 지역의 `순수 세입자'들 외에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농성을 조직화·폭력화함으로써 참사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6명 중 세입자가 아닌 전철연 소속 회원을 다수 포함시킴으로써 전철연이 주도적으로 농성에 관여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기에 농성 중 사망한 5명 가운데 용산지역 철거민은 2명이고 나머지 3명은 용산지역과 상관이 없는 전철연 회원이고 건물을 점거한 30여명 가운데 12명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해 온 전철연 소속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사실상 농성에 세입자가 아닌 전철연 회원이 절반 가까이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건물 점거 전 전철연이 인천에서 세입자들에게 망루를 설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전철연의 개입으로 농성이 더욱 무장화되면서 화를 키웠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망루를 세우고 인화물질과 새총 등을 반입해 장기간 점거농성을 벌이는 시위 방식을 전철연이 주도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향후 전철연을 정면 겨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철거민 측은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 `경찰, 왜 진압 서둘렀나' 의문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해 농성장에 진입하기에 앞서 미리 안전조치 등의 계획을 담은 문건이 공개돼 경찰이 계획을 세우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이유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경찰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해도 경찰 역시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압을 시도해 참사를 키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시너통 60여개, 화염병 5박스(120여개) 등을 준비한 사실을 파악하고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실전에서는 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경찰은 실제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 참사로 이어진 뒤 미리 파악했던 각종 위험성을 "몰랐다"고 부인해 은폐 의혹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시너의 존재에 대해서도 "먼발치에서 봐 흰 통인 건 알았지만 시너인지 뭔지는 몰랐다"며 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과 배치되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경찰이 농성자들의 극단적 돌출행동 가능성을 예측했고 유류 화재 진화가 가능한 소화기나 소화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음에도 막상 아무런 대비 없이 서둘러 진입한 이유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