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경제위기의 험난한 파도를 넘는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설 연휴 기간 산업현장에서 떡국을 먹게 될 것 같다.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당수 CEO가 연휴 기간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함께 설을 맞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정확한 경영계획 수립에 필요한 현장감을 익힐 계획이다.

◇ CEO들 현장 속으로 = 국내 주요 건설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은 설 연휴를 반납하고 해외 현장 방문에 나선다.

해마다 명절 때마다 해외 현장을 찾는 현대건설 이종수 사장은 올해도 23일부터 27일까지 싱가포르, 스리랑카 콜롬보 등을 방문해 명절에도 공사 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로 부임한 SK건설 윤석경 부회장도 23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태국과 쿠웨이트 6개 현장을 방문한다.

윤 부회장은 태국 방콕 동남쪽에 있는 맙타풋 산업단지와 쿠웨이트시티 등을 돌면서 현장 직원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스킨십 경영을 한다.

전자업계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 김종갑 사장 등 임원진이 설 다음 날인 27일 청주와 이천 공장에서 하루를 보내며 직원들을 격려한다.

김 사장 등은 27일 오전 청주 공장에 도착, M11 라인과 패키지 라인 등을 둘러보고 나서 직접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의 점심을 배식하고 식사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에는 이천 공장으로 이동해 M10 라인을 점검하고 나서 저녁식사를 배식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김명곤 SK에너지 R&M 사장은 설 당일인 26일 울산CLX를 방문,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추석에도 SK에너지 울산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GS리테일 허승조 부회장은 연휴 기간에 사전 통보 없이 현장을 방문해 열심히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위기 파고 넘을 경영전략을 마련하라" = 현장 방문보다는 이번 연휴를 차분하게 올해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조직개편 및 인사혁명을 단행한 삼성전자는 부품부문장인 이윤우 부회장과 완제품부문장인 최지성 사장 모두 특별한 외부일정 없이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조치와 경영계획을 점검하는 데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남용 부회장도 설 연휴에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MC사업본부장 안승권 사장은 휴식을 취하면서 휴대전화 부문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다음 달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2009'에 대비해 거래선 미팅 내용과 일정 등을 점검한다.

같은 회사 HE사업본부장 강신익 사장도 연휴 기간 연초 밝힌 TV시장 주도권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을 가다듬는다.

◇ 총수들 자택서 휴식 취하며 경영구상 가다듬어 =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설 연휴를 자택에서 보내면서 새해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경영 관련 서적을 탐독할 예정이다.

총수들이 연휴기간 현장을 찾는 것이 오히려 직원들의 불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모두 설 연휴를 맞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올해 경영을 위한 밑그림을 구상할 계획이다.

최태원 SK회장도 경영서적 탐독과 경영구상 점검 등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회장은 백화점 매장 순시 등이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자택에서 쉬면서 새해 경영전략을 구상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허창수 GS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 등도 휴식을 취하며 경영현안의 해법을 모색한다.

홀수달은 한국에서, 짝수달은 일본에서 경영활동을 펴는 '셔틀 경영'을 하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신정을 쇠는 관계로 이번 설 연휴 때 국내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뒤 28일부터 업무를 재개한다.

반면 예외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주 일본으로 출국, 설 연휴 이후에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