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지금의 경기침체가 1997~1998년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에 국한됐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글로벌위기 상황이어서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수출이다. 수출은 1997년 5% 증가에서 외환위기로 1998년에 2.8% 감소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경기호조에다 IT(정보기술) 투자 붐에 힘입어 1999년엔 8.6%,2000년엔 19.9%나 증가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생산,설비투자,국내총생산(GDP) 등이 1998년1분기를 최저점으로 V자형의 상승 추세로 바뀐 데엔 이 같은 수출 증가에 힘입었다.

하지만 지금 수출은 당시와 180도 다르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9.5%와 17.9%의 감소를 기록한 데 이어,올 들어선 20일까지 감소율이 28.9%에 이른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다보니 수출 감소가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반도체 LCD 철강 등 주력산업은 대부분 수출업종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의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줄줄이 감산에 들어갔다. 수출 감소는 일자리 감소→소득 감소→소비 부진→투자 위축→생산 축소 등으로 이어져 마이너스 성장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상반기 중 집행되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느냐 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동/류시훈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