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오바마호(號)가 순항할 수 있을까. 미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21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기보다 건강한 회의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는 △천재의 오류 △군중심리 △재정적자 △화려한 말잔치 △홈팀 편애 △임기응변의 덫 △느슨해진 감시견(워치독) 등 7가지를 꼽았다. 오바마는 경제와 외교 · 안보팀 조각 인선에서 이른바 출중한 능력과 경험을 보유한 '드림팀'을 구성해 찬사를 받았다.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드림팀이 항상 성공을 보장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꿈의 콤비'로 평가됐으나,루빈이 고문으로 있던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 10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군중심리의 부작용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큰 정책을 펼 때 초당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2001년 9 · 11 테러가 발생한 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10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이라크 전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과는 수많은 미군 사상자 등 큰 후회를 낳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는 825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재정적자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달변이며 웅변술이 탁월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말 대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수없이 시험받게 될 것이다. 오바마는 머리를 싸매고 예산을 짜고,비용을 줄이는 주지사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또 오바마는 홈팀 편애가 강했다. 그는 선거와 정권인수 과정에서 민주당원들을 거슬리게 하는 결정을 한 사례가 거의 없다.

지금의 경제위기에선 임기응변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재정적자를 우려하던 사람들도 돈을 마구 풀기를 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임기응변이 올바른 방향으로 미국을 인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