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 참사'가 발생한 배경은 보상을 둘러싼 다툼이다. 한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으려는 세입자들과 보상 비용을 어떻게든 아끼려는 개발주체 간의 전쟁 같은 다툼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비단 용산만이 아니다.

대부분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이 문제가 첨예하다. 그러다보니 거의 빼놓지 않고 폭력 시위가 발생한다. 따라서 용산 참사가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작년 말 현재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보상 및 철거작업을 해야 할 주택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는 서울시에서만 152곳(374만4000㎡)에 달한다.

재개발 보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권리금, 초기창업비용 등 상가세입자의 비용까지 보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할지 여부다.

서울시는 권리금에 대한 일정 부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감정평가사 등 현장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가 등과 달리 권리금의 경우 워낙 자의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계량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창업비용 보상해야 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상가세입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철거 및 이전기간 중 휴업,또는 영업폐지에 대한 보상분뿐이다.

세입자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창업초기에 투입하는 권리금 등은 법적보상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용산4구역 상가세입자 K씨는 "권리금과 인테리어를 위해 최소 1억원 이상을 투자했는데,보상비와 이주비 명목으로 4000만원이 나왔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때문에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권리금에 대한 일정 부분 보상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1일 "세입자 대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법 체계 정비도 해야 한다"며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철거민 생활안정과 법질서 유지 등을 모두 고려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어 발표한 '재개발 제도개선 추진방향' 에서 토지보상법 등에 나와있는 세입자 대책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상가세입자에 대한 보상금 산정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상가세입자에게 휴업보상금과 동산이전비 일부만 지급되고 장사를 시작할 때 투입된 권리금 및 인테리어 비용 등은 인정되지 않아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현실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고,'권리금=0원'이라는 전제하에 보상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임차인들 사이에서 자의적으로 형성되는 권리금을 계량화해 보상비용을 책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들도 많다.

조지현 태평양감정평가법인 이사는 "상가세입자들이 점포를 임차할 때 낸 권리금을 증빙할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가 없다"며 "권리금을 인정해 보상을 해줄 방도가 사실상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창업비용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추가 비용이 투입돼 재개발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권리금 등 창업비용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 막대한 금전적 부담으로 이어져 재개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현실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

감정평가사들이 휴업에 따른 보상(영업보상) 규모를 책정할 때 조금 더 정밀하게 해당 점포의 영업 사정을 반영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조 이사는 "주변 상권분석 등을 통해 영업보상 규모를 정하게 되는데,이 작업을 조금 더 정밀하게 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낸 1년치 소득세를 기준으로 해당 점포의 1년간 소득을 추정한 뒤,이 금액을 기준으로 권리금을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고준석 지점장은 "수용 대상 점포의 매출을 영업권(권리금)으로 인정해 이를 보상기준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