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설가인 버락 오바마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후부터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직 도전자들 사이에 '오바마식 어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2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대선 기간 오바마의 '풀뿌리 조직' 배경을 조롱한 공화당 정치인들이 그의 대통령 당선을 확인한 뒤 오바마 화법을 차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페일린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작은 마을의 시장은 실질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 말고는 풀뿌리 조직 운동가와 같다"면서 오바마의 '풀뿌리 조직'을 깎아내려 청중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국위 의장에 출마한 케빈 블랙웰 전 오하이오주 내무장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는 뿔뿌리 개혁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역시 경선에 도전한 마이클 스틸 전 메릴랜드주 부지사도 공화당 젊은층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젊은층이 조직화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이웃, 커뮤니티와 함께 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 그들의 언어로 직접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마이크 던컨 현 전국위 의장도 "공화당에 '변화'를 이끌 후보"라는 이미지를 내걸며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뉴스위크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정치인들이 정치 언어의 대가였다면서 부동산세를 '상속세'로 이름만 바꾸는데 성공하고 '가족의 가치'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8년 대선이 전환점이 됐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조지 레이코프 언어인지학 교수는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언어를 통한 이슈 형성에서 민주당 선거 캠페인이 공화당 선거 캠페인보다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이자 캐치프레이즈 대가인 프랭크 런츠도 지금은 민주당 화법이 먹히는 시기라는 점에 동의하면서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화법을 표절하는 게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런츠는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화법을 즐겼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화법은 레이건 대통령의 낙관론을 연상시키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와 90년대 초에는 공화당 화법이 우월했으나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발이 떨어졌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근대 최고의 연설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을 진정으로 지지할 수 없다면 '풀뿌리 조직'에 대한 오바마의 단어들을 단순히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레이코프 교수도 공화당 정치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언어를 흉내내고 있지만 오바마가 썼던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면서 공화당이 2004년 선거에서 '풀뿌리 조직'에 대해 언급할 때 그것은 보수적인 교회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