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換亂때보다 더 어려운데 모른척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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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ㆍ한노총 '일자리 나누기'
액션플랜 안나오면 '부도수표' 우려
액션플랜 안나오면 '부도수표' 우려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사용자는 인위적 인원 감축을 자제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상생의 다짐이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은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도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대란에 직면하고 있다"며 "양 노사 단체는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 국가적 경제위기와 극복을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최근 노조의 고통분담 없이 기업과 정부에 일자리 나누기만을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노총의 고통 분담 선언은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 위원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인 노조가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통해 위기 극복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장 위원장은 비상대책회에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이 포함되는 것과 관련,"기본의제는 노 · 사 · 정이 논의하는 게 맞지만 지금 노동조합 조직률은 11%가 안 되기 때문에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부분이 미약하다"며 "따라서 노 · 사 · 민 · 정이 함께 논의를 하게 된다면 진통은 있겠지만 합의의 파급력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도 "의견을 모아 한국 실정에서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나누게 할 것인지,고통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의논해 국민 전체에 전파되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 사 · 민 · 정 대타협이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노 · 사 · 정 3자는 극심한 일자리난을 겪고 있던 2004년 1월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타결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한국노총은 임금인상 자제에 나서고 사용자는 고용 안정에 힘쓰겠다고 선언해 국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큰 기대를 갖게 했던 노 · 사 · 정 대타협은 '부도수표'로 끝나고 말았다. 임금인상 자제를 약속한 한국노총은 한 달쯤 지나 두자릿수(10.5%)의 높은 임금인상 지침을 산하 노조에 내려보냈다. 한국경총과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장석춘 위원장이 이날 "올해 한국노총이 임금 가이드라인을 예년보다 낮출지는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임금인상 자제가 만만치 않음을 내비춘 것이다.
또 상급단체의 리더십 확보도 필수적이다. 1993년 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 적이 있다. 한국노총-한국경총 간에 전국사업장에 적용될 단일임금 인상안이 도출된 것.하지만 "왜 일률적으로 인상안을 만들었냐"는 산하노조의 반발로 그 다음 해부터 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대타협 시도는 없어졌다.
산업 현장에 파급력이 큰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 참여도 대타협 성공의 전제조건이다. 민주노총은 노 · 사 · 민 · 정 비상대책회의 참여에 거부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상회의에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공이 많은 만큼 자칫 비상대책회의가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김태훈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