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씽' 前멤버 손들어줘..소속사 "업계 현실 모른 판결"

`노예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법원이 잇따라 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이내주 부장판사)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씽'의 전 구성원인 유메(21.본명 김영경), 천혜성(최성수.19), 팝핀드래곤(용준형.20)이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속사 씽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이 최소 10년 이상으로, 훈련 기간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길고 계약 기준점을 첫 음반 출시일 또는 첫 주연작품 출연일로 정해 전속계약 기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경제활동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익분배 조항을 보면 국내 상황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50만장 이상 판매부터 수익을 나누게 돼 있고 방송 고정 출연이 아닌 손님 또는 가수로 출연하면 수익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연예산업이 초기 신인 육성에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도 투자 실패의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과다한 금액의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1월에도 가수 메이가 전속계약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소속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경제활동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며 메이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2006년 서울중앙지법은 CF 모델 유민호 씨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계약 해지 때 과도한 배상을 하도록 한 계약은 불평등해 무효이므로 기획사에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씽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과 기획사는 밖에서 보듯 단순히 약자와 강자의 관계가 아니다"라며 "연예인 육성에 긴 시간이 필요한데다 경쟁사 간 소모적인 연예인 영입 경쟁을 막으려는 방책인데 재판부가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 뜻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