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글로벌 IT 업체 실적쇼크에 22P 내려
연기금은 23일 코스피가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의 실적쇼크 여파로 장중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자 722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투자심리를 진정시켰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하락폭을 다소 줄여 22.83포인트(2.05%) 떨어진 1093.40으로 마감했다. 1100선 붕괴는 지난해 12월5일(1028.13) 이후 약 50일 만의 일이다.
외국인은 이날 장중 내내 매물을 내놓으며 전날(640억원)의 두 배를 넘는 148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로써 외국인은 연휴를 앞두고 4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부진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7일까지 증시가 휴장하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관도 외국인과 유사하게 매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기관은 이날 1646억원어치를 팔아 5일째 순매도다. 이로써 외국인과 기관이 설 연휴를 앞둔 이번 한 주 동안 처분한 주식은 990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 IT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치보다 나쁜 상황에서 어떤 악재성 변수가 돌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관이나 외국인 모두 굳이 위험을 안고 갈 필요가 없어 일단 주식비중을 줄여 놓고 연휴를 맞으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전날 미 다우지수가 MS와 이베이 등 간판기업들의 실적쇼크로 장중이지만 다시 8000 아래로 급락했던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연휴 중 글로벌증시에서 금융회사의 새로운 부실이 부각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보유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개인들은 이날 주식을 2705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최근 4일간 순매수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확인된 것을 오히려 악재의 해소로 해석해 코스피지수 1100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저가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윤남 팀장은 "개인들은 최근 연기금 등이 1100선이 무너질 때마다 증시 방어에 나서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학습효과'를 상기해 공격적인 주식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미국에서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될 예정이다. 현지 시각으로 23일 주택가격지수가,27일에는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된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GE를 비롯해 맥도날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의 실적도 발표된다.
한화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미국 경기선행지수와 주택가격지수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소매시장 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GE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