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회사채 발행시장에 숨통이 다소 트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인 기업들의 회사채도 일부 소화되기 시작해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전날까지 포스코와 GS홀딩스 기아차 효성 현대모비스 대한통운 등 10개 상장사들이 총 1조60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금융지주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러시를 이뤘던 지난해 12월1~5일(2조48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주엔 신용등급이 'A0'인 효성과 동원산업은 물론 이보다 낮은 'BBB'급의 동부제철도 1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주목된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11월 연 8%를 넘어섰던 금리('AA-' 3년물 기준)가 6%대로 낮아지면서 SK브로드밴드 등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 지난달 말에는 주간 발행금액이 1조1327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추가 금리인하와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유통시장에서 은행채에 이어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일부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발행시장이 다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자 다음 주에는 두산중공업(4000억원) 한진중공업(3500억원) 롯데칠성(2500억원) LG화학(1500억원) LG파워콤(1000억원) SKC(700억원)를 포함한 8개사가 운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1조6100억원가량의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와 캐피털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건수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업체별 발행 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유동성 확대로 은행채에 이어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다 국고채와의 수익률 격차(신용스프레드)가 추가로 줄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말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새로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BB등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대한 소액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비우량채 발행에 대한 부담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최고 등급인 'AAA' 회사채 발행금리는 연 5%대에 불과하지만 동부제철의 발행 이자율은 연 10.50%에 달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신용등급을 낮춘 기아차의 경우 신용등급이 'AA-'임에도 불구하고 'A0'급 회사채 발행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연 8.3~8.6%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업들의 부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건전성이 의심되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당분간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