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아온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 임원들의 임금 거품 빼기가 시작됐다. 공기업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잡셰어링(job sharing · 일자리 나누기) 방침과 맞물리면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산업 · 중소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올해부터 기관장 연봉을 최대 50% 삭감하기로 결의하고 이달부터 이 기준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다. 감사와 부사장,임원들도 35~40%씩 연봉을 일괄 삭감했다.

이들 기관장의 기본 연봉은 중앙부처 차관급의 150% 수준으로 책정토록 한 정부 방침에 따라 1억6000만원으로 통일됐다. 이에 따라 연봉이 3억3000만원이던 기업은행장은 50%,3억원이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46% 줄었다. 자산관리공사 사장도 2억8000만원에서 43% 감소했다. 산업은행장의 경우 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장과 급여 체계가 통일되면서 성과급을 포함,평균 6억원가량이던 연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최고경영자(CEO) 연봉의 대폭 삭감과 함께 감사와 임원들의 연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금융공기업 부사장 및 감사의 경우 모두 2억원가량의 기본 연봉을 받았지만 1억2000만원으로 일괄 통일됐고,1억5000만~1억6000만원을 받던 임원들도 1억원으로 40% 이상 줄었다.

당장 이달부터 얇아진 월급 봉투를 받아든 이들 공기업 임원은 급여 삭감의 폭을 실감하고 있다. 공기업 A사 임원은 "지난해까지는 성과급을 제외하더라도 매달 실수령액이 1000만원은 됐는데 이달에는 600만원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B은행 비서실 관계자는 "은행장 연봉 외에 업무 추진을 위한 판공비 등 다른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 한푼도 없어 직원들 경조사비부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과급의 경우 기본 연봉의 최대 150%까지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숫자일 뿐 나빠진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절반 수준인 70%를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장의 경우 2007년 성과급 70%를 받아 실지급된 연봉 총액이 5억6000만원이지만 올해 개편된 임금 체계에 따라 성과급 70%를 지급할 경우 실지급액은 2억7000만원(1억6000만의 1.7배)으로 줄게 된다. 또 각 은행과 공기업들은 경영진의 대폭적인 연봉 삭감으로 임원과 간부 사원 간 임금역전이 벌어지자 조만간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설 계획이어서 연쇄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직원의 평균 연봉이 9200만원(2007년 기준)으로 임원과의 별 차이가 없는 산업은행부터 고강도 임금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현 임금 구조에서는 무조건 임원 승진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1급 고참 부장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