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요즘 사면초가다. 미국 오바마 새 정부로부터는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유럽연합(EU)은 덤핑 수출을 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겼다. 세계 무역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분위기다. EU는 27일 중국산 스크루와 볼트 제품에 향후 5년간 7억5600만달러의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EU 집행위는 중국산 스크루와 볼트 등이 EU 시장에서 덤핑 판매되고 있다는 이탈리아 폰타나사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고 8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중국산 스크루와 볼트는 EU 수입물량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12개월간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17%에서 26%로 급등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EU가 부당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조금만 올라가면 덤핑의 올가미를 씌운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과는 위안화 환율을 둘러싸고 설전 중이다. 중국 측은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가 지난 22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 믿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언론 성명을 통해 "정부의 관심은 환율 안정이며 수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차오훙후이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미 국채를 계속 사줘야 하며 한편으로는 무역흑자를 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소 이셴룽 연구원도 "만약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다면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유세에서 한 말을 옮긴 것이며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결론도 내린 바 없다"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깁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율 문제를 포함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는 4월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매년 봄과 겨울에 두 차례 환율 보고서를 발표,무역 상대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해왔다. 부시 정부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해 왔지만,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하는 대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백악관의 진화 발언에도 불구,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무역이나 환율 분쟁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허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줘샤오레이는 "오바마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면서 "미국의 보호주의는 이미 국제사회의 걱정거리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바오 총리는 27일 영국 독일 스위스 스페인 벨기에 순방길에 나섰다. 원 총리는 EU 지도자들과 만나 경제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신뢰의 여행'이라 불린 이번 원 총리 순방의 최대 이슈는 '경제회복'이라며 "그러나 경제위기 공동 해법이 실질적으로 도출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