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생존화두 '我生然後(아생연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근석 <산업부 차장 ygs@hankyung.com>
지난 주말 삼성의 한 임원은 작년 4분기 삼성전자 실적자료를 받아보고 가슴이 탁 막혔다고 했다. 그 정도로 나쁠 줄은 내부에서조차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많은 임원을 내보내고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조직을 해체할 정도로 강도 높은 배수진을 친 이유를 이제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마저 2000년 분기실적을 집계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면서 실물경기에 충격파를 더하고 있다. 휴대폰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적자를 낸 것도 그렇지만 '고난의 시작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까지 겹치고 있어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일본 소니,핀란드 노키아 등 글로벌 대표기업들도 줄줄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초라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세계 산업계 전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 위기'의 늪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위기를 맞아 글로벌 경제 · 산업계는 아무도 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누가 버티지 못하고 희생양이 될 것인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세계 5위 D램업체인 독일 키몬다의 파산을 놓고 냉정한 외신들이 '치킨게임의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고 평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국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D램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키몬다가 파산하고 퇴출될 경우 공급과잉을 빚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이 크게 개선돼 국내 기업들에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적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냉철한 시장논리를 재확인시켜주는 게 바로 복합위기의 시대다.
국내 기업들이 실물경기 한파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적정 생산량과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쌍용자동차는 대주주 중국 상하이차의 경영 포기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조선 · 중공업쪽으로 영역을 넓히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온 C&그룹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생사의 기로에 몰렸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국 포기하면서 국내 인수 · 합병(M&A)시장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9월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한파가 시차를 두고 1분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깊은 주름과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효과 덕분에 지난해 적자를 면한 주요 기업들도 올 들어 급격하게 얼어붙는 글로벌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올 들어 20~30% 이상 줄었는데도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래도 기업과 기업인들은 먼저 살아남은 뒤 세계 산업구조 재편과 경기호전 때 최대 수혜자가 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감원'카드를 내부적으로 최대한 흡수해낼 태세다. 최태원 SK 회장이 연초 신년 인사회에서 언급해 재계에 화제가 됐던 '아생연후(我生然後)'의 화두가 피부에 다가오는 위기의 계절이다. 휘몰아치는 한파 속에서 살아남아 다시 도약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해 정치 ·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게 설 명절 이후 최대 과제라는 생각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마저 2000년 분기실적을 집계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면서 실물경기에 충격파를 더하고 있다. 휴대폰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적자를 낸 것도 그렇지만 '고난의 시작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까지 겹치고 있어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일본 소니,핀란드 노키아 등 글로벌 대표기업들도 줄줄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초라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세계 산업계 전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 위기'의 늪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위기를 맞아 글로벌 경제 · 산업계는 아무도 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누가 버티지 못하고 희생양이 될 것인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세계 5위 D램업체인 독일 키몬다의 파산을 놓고 냉정한 외신들이 '치킨게임의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고 평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국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D램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키몬다가 파산하고 퇴출될 경우 공급과잉을 빚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이 크게 개선돼 국내 기업들에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적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냉철한 시장논리를 재확인시켜주는 게 바로 복합위기의 시대다.
국내 기업들이 실물경기 한파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적정 생산량과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쌍용자동차는 대주주 중국 상하이차의 경영 포기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조선 · 중공업쪽으로 영역을 넓히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온 C&그룹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생사의 기로에 몰렸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국 포기하면서 국내 인수 · 합병(M&A)시장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9월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한파가 시차를 두고 1분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깊은 주름과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효과 덕분에 지난해 적자를 면한 주요 기업들도 올 들어 급격하게 얼어붙는 글로벌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올 들어 20~30% 이상 줄었는데도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래도 기업과 기업인들은 먼저 살아남은 뒤 세계 산업구조 재편과 경기호전 때 최대 수혜자가 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감원'카드를 내부적으로 최대한 흡수해낼 태세다. 최태원 SK 회장이 연초 신년 인사회에서 언급해 재계에 화제가 됐던 '아생연후(我生然後)'의 화두가 피부에 다가오는 위기의 계절이다. 휘몰아치는 한파 속에서 살아남아 다시 도약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해 정치 ·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게 설 명절 이후 최대 과제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