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휘청거리던 아이슬란드 연립정부(연정)가 결국 붕괴됐다. 이로써 아이슬란드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무너진 첫 번째 정부가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총리는 26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집권 독립당과 사회민주당 간 막판 대화가 결렬됐다"며 "올라퓌르 그림손 대통령에게 연립정부의 붕괴를 공식 선언할 것을 요청했으며 총리직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회민주당은 최근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번 연정 붕괴는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에서 비롯됐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이후 크고 작은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24일에는 급등하는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분노한 7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의회 건물 앞에 모여 현 정부의 해산과 중앙은행 총재의 퇴진을 요구했다. 거세지는 반정부 시위에 하르데 총리는 23일 사임을 발표하고 본래 2011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오는 5월에 조기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25일에는 상무장관도 사임을 발표했다.

한때 유럽의 금융강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10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국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자국 통화인 크로나 가치가 3분의 2가량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자국 내 최대 은행인 카우프싱을 비롯한 주요 은행 3곳을 국유화하고 IMF와 일부 국가들에 약 10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제금융을 제공한 IMF는 지난해 금리를 사상 최고로 올리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 등 금융위기로 인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도 연정 붕괴의 한 요인이다.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들은 위기에 빠진 아이슬란드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EU에 가입하기를 희망해왔다.

반면 하르데 총리가 주도하는 독립당은 아이슬란드의 주력 산업인 어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오랫동안 EU 가입을 반대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