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28일 국내 증시도 급등세를 기록했다. 독일 D램업체인 키몬다의 파산으로 하이닉스(상한가), 삼성전자(10.52%) 등 IT(정보기술)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키몬다의 파산으로 극단적 가격 인하 경쟁이 마무리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가격 상승이 재개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증시를 이끌었다.

휴장하는 동안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지면 하는 우려가 일거에 해소되면서 호재가 급격히 부각된 모습이다. 박스권에서 1150선까지 일단 지수를 올려놓으면서 추세를 상하 둘로 쪼갠다면 다시 1200선까지 올라가는 흐름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글로벌 수요가 경기침체로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감산을 통한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키몬다 효과가 분명이 증시에 호재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제한적인 부분에서 지수상승을 이끄는 효과가 있지만 증시 방향을 우상향으로 틀거나 추세적 방향을 형성할 만한 호재는 아니다.

증시가 다시 회복이 되려면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이 돼야 한다. 은행이 대출을 풀고 증시로도 유동성이 공급돼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들의 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

은행들이 정상화돼야 승수효과(한 경제변수의 변화가 순차적으로 파급돼 몇배 이상의 증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가 나타나면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를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정상화 시점은 건설사 등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관련 손실이 확정되면서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사라지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분기보다 올 1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실적 장세는 유동성 장세 이후인 내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먼저 경기침체가 시작됐기 때문에 기대치에 충족하는 기업 실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눈높이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 장세까지는 한참 남았다.

28일(현지시간)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 설립이나 은행들의 국유화 같은 부실자산 정리 대책이 발표된다면 경기부양책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정책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임정현 부국증권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