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모두 틀릴지도 모른다. "(니콜라스 니그로폰테 미 MIT미디어랩 회장)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절감하지 못했을 뿐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최근에 간 결혼식장이나 상가집을 생각해보라. 과거엔 친척이거나 회사 동료가 아니면 절친한 친구의 애경사만 챙겨도 됐다. 요즘은 e메일로 또 문자로 소식이 전해진다. 얼굴도 모르는 학교 동창, 군대 동기가 독촉 문자까지 보낸다.

기업에서 중시하는 고객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라.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늘었다. 싸고 품질 좋은 것을 전혀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졌는가. 10대들이 휴대폰을 바꾸는 것은 통화가 잘 안되거나 기계가 고장나서가 아니라 '더 새로운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훨씬 영악해진 측면도 있다. 상품안내서를 프린트해와 "더 싸게 주면 사겠다"는 이들에게 호객행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구매를 자극하는 것은 어쩌면 가격도 품질도 아닐지 모른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그 속도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무엇을 만들어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쌀이 없어 먹던 맛없는 보리밥이 웰빙식품이 되고, 날씬한 것이 부자의 상징이 되고, 성형수술한 것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시대가 됐다. 너무 빨리 변해서 그 변화를 감지 못할 뿐 지금의 세상은 20년 전과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왜 20년 전과 비교했을까. 영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 버너스 리가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던 인터넷을 대중화한 것이 바로 1990년이다. 인터넷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소비자 끼리의 관계,그리고 심지어 국가와 국민의 관계까지 바꿔놓았다. 지난해 100일 넘게 이어졌던 촛불집회는 과거에는 상상 못하던 방식으로 시위참가자들이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였다. 어떤 노련한 정부 당국자가 그 집회가 100일 넘게 갈 것으로 예상이나 했단 말인가.

특히 경제위기 상황이 펼쳐지면서 우리가 아는 상식들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집을 사는 것이 꿈이 아니라 모험이 됐다. 집을 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안전한 투자가 된 자산가치하락의 시대는 우리에겐 첫 경험이다. 경제위기 시대에는 부자가 고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별장을 지으려던 부자는 자산가치하락이 즐거울 뿐이다. 가격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고생해서 직접 별장을 짓는 부자는 사라진다.

이렇게 모든 방면에서 고객이 달라지고 시장이 바뀌고 경쟁양상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바뀐 시장을 차지한 것은 대부분 새로운 진입자(new comer)였다. 왜 그랬을까? 참고할 과거가 없어서 그랬다. 과거가 없으니 아는 것도 없고,새로운 시장 속으로 들어가도 낯설지 않은 것이다.

회사 전 부분을 마치 컴퓨터를 다시 켜듯이 리스타트(restart)해야 한다. 그리곤 이제 시작하는 벤처처럼,계좌를 처음 개설한 초보 투자자처럼,정권을 막잡은 인수위원회처럼,갓 선임돼 자리에 앉은 신임 사장처럼 일하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버릴 수 있을 때 기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