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직업과 소득 수준에 비춰 거액의 투자를 했어도 횡령 등을 했다는 특별히 의심할 만한 점이 없다면 증권사가 이를 신고하지 않아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0부(부장판사 박철)는 화장품 등의 제조 · 판매 업체인 보령메디앙스가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금융회사가 계좌를 이용한 범죄를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지만 투자자의 직업과 수입에 비춰 거액이 여러차례 입금됐다는 점만으로 범죄행위를 인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보령메디앙스의 자금관리 직원이었던 김모씨는 2002~2003년 회사 은행계좌의 PC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각각 56억원과 19억5000만원을 증권사 두 곳에 개설된 자신의 주식거래 계좌로 이체,횡령했다. 그는 이 돈으로 주식 등에 손댔지만 대부분 잃었다. 보령메디앙스는 피해액의 일부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면서 "횡령한 돈인 것을 알고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