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크 아탈리의 위기극복 처방전 "누구나 공평하게 정보를 알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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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그리고 그 이후│자크 아탈리 지음│양영란 옮김│위즈덤하우스│200쪽│1만2000원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 분석과 극복 방안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영미권 석학들은 '팍스 아메리카의 오만'이나 '일방적 세계화의 비극' 등 미국 중심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지성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래의 물결》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제 ·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최신작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을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이라고 지적한다. 알제리 출신으로 파리고등정치학교,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최고 명문학교 세 군데를 졸업한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까지 역임한 경제통답게 12세기 이후 금융 중심지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위기의 역사와 그 속에서 새로운 교훈을 찾아낸다.
그의 말처럼 위기는 역사상 늘 있었다. 그러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따라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1929년의 대공황은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졌지만 17세기에 발생한 '튤립공황'은 이후 150년 동안 네덜란드 부흥의 원동력이 됐다. 아탈리가 지금의 금융위기를 '젊은 시절의 성장통'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과도기적 동요,즉 '튤립공황'처럼 작용하기를 희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 위기의 중심지인 미국이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급한 불은 끈 것 같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쩌면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그는 말한다. 2년,5년,심하면 10년까지 불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위기의 근원인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이 근본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힘을 통해 금융시장의 권력을 법의 권위 밑에 두고 '정보 선점자'들의 권력을 시민의 권리 밑에 두어야 한다는 것.정보를 선점해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도록 정보의 공평한 분배와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덧붙인다.
금융시장의 효율적인 균형과 정보의 분배 위에 예측 가능한 유동성 향방,신용평가 등 감독 기능의 사회화까지 이뤄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도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글로벌 규제 체제 정비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변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여러 곳으로 분산된 감독 권한을 IMF로 모아 IMF를 글로벌 규제기구 설립의 인큐베이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 8개국 모임(G8)을 G20으로 확대하고 G20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합해 경제적 힘과 정치적 정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또 저축률을 높여 빚을 갚도록 해야 하며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과 대출금 상환 유예기간 인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유토피아적이라고? 그는 "그래도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 같은 조치들을 프랑스경제성장촉진위원회의 제안으로 이미 채택했다.
"이번 위기는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이며,혼돈스러운 세계화가 촉발할 수 있는 재앙 전의 마지막 경고임을 깨달아야 한다. '위기'라는 악은 우리에게 '기회'라는 선을 부여했다. 시장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미래의 물결》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제 ·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최신작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을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이라고 지적한다. 알제리 출신으로 파리고등정치학교,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최고 명문학교 세 군데를 졸업한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까지 역임한 경제통답게 12세기 이후 금융 중심지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위기의 역사와 그 속에서 새로운 교훈을 찾아낸다.
그의 말처럼 위기는 역사상 늘 있었다. 그러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따라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1929년의 대공황은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졌지만 17세기에 발생한 '튤립공황'은 이후 150년 동안 네덜란드 부흥의 원동력이 됐다. 아탈리가 지금의 금융위기를 '젊은 시절의 성장통'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과도기적 동요,즉 '튤립공황'처럼 작용하기를 희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 위기의 중심지인 미국이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급한 불은 끈 것 같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쩌면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그는 말한다. 2년,5년,심하면 10년까지 불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위기의 근원인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이 근본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힘을 통해 금융시장의 권력을 법의 권위 밑에 두고 '정보 선점자'들의 권력을 시민의 권리 밑에 두어야 한다는 것.정보를 선점해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도록 정보의 공평한 분배와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덧붙인다.
금융시장의 효율적인 균형과 정보의 분배 위에 예측 가능한 유동성 향방,신용평가 등 감독 기능의 사회화까지 이뤄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도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글로벌 규제 체제 정비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변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여러 곳으로 분산된 감독 권한을 IMF로 모아 IMF를 글로벌 규제기구 설립의 인큐베이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 8개국 모임(G8)을 G20으로 확대하고 G20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합해 경제적 힘과 정치적 정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또 저축률을 높여 빚을 갚도록 해야 하며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과 대출금 상환 유예기간 인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유토피아적이라고? 그는 "그래도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 같은 조치들을 프랑스경제성장촉진위원회의 제안으로 이미 채택했다.
"이번 위기는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이며,혼돈스러운 세계화가 촉발할 수 있는 재앙 전의 마지막 경고임을 깨달아야 한다. '위기'라는 악은 우리에게 '기회'라는 선을 부여했다. 시장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