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아미스타드'는 노예선에 갇혀 있던 아프리카 흑인들이 백인 노예상인들에 맞서 싸우는 얘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배 밑바닥에 갇힌 흑인들은 놀라운 용기로 떨쳐 일어나 결국 노예선을 장악한다. 여기에서 노예선은 지구,백인 노예상인들은 압제자,붙잡힌 아프리카인들은 핍박받는 사람과 비유된다. 핍박받는 사람들이 압제자에 맞서 이겼다는 게 요점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신을 차린 뒤 자신들의 배 이름이 '아미스타드'가 아니라 '타이타닉'임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배가 곧 빙산과 충돌할 위험에 처했고 배에 탄 사람들은 노예와 노예상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침몰할 위기에 몰렸다는 것을 안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입안한 미국의 흑인 환경운동가 반 존스가 《그린 칼라 이코노미》에서 인용하는 이야기다. 그는 미국 환경단체 그린포올(green for all)의 창립자이자 오바마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 수석연구원.오바마의 '녹색 일자리 500만개 창출' 정책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제안 가운데 201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를 보존하기 위한 500만개의 그린 직업 창출과 고물차를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바꾸기,2025년까지 전력 소비량의 2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오바마 정부의 국정 의제인 '오바마-바이든 플랜'에 반영됐다.

그는 '아미스타드'와 '타이타닉' 얘기를 통해 '경제난과 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립할 수 없는 대립 관계로만 여겨지던 환경과 경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그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으로 내놓은 대안이 바로 '그린 칼라'(green collar)다.

'그린 칼라'는 환경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블루 칼라(blue collar) 노동자들을 의미한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성 증대 기술을 더 빨리 채택하는 일의 최대 장벽이 예산이나 법 규제,기술 · 이념 문제가 아니라 실무를 담당할 숙련 노동자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수백만 개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수백만 개의 풍력 터빈 부품을 제조해야 하는데 이는 수천 건의 계약과 수백만 건의 일자리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태양열 보일러를 설치하는 배관공,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농민,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건물이나 풍력발전 단지 건설인력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청정에너지 산업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유기농 식품 생산업,대중 교통 체계 개선,고효율 건물 건축과 관리 등 '그린 비즈니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린 칼라다. 블루 칼라처럼 그린 칼라 직업도 '미숙련 하급직에서 고숙련 고임금직까지 다양'한데,그런 점에서 '블루 칼라 직업의 2.0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린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면 불황으로 실직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와 새로 직장을 구할 군인들에게 일자리와 돈벌이 기회를 주면서 환경도 보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경제성장과 환경을 모두 지속 가능하게 하는 그의 '그린 비즈니스 경제 모델'이야말로 새로운 21세기형 문명의 대안인 셈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