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전문기업 알앤엘바이오(대표 라정찬)가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개 복제에 성공했다. 라정찬 대표는 2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의 지방세포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또 다른 개의 수정란에 이식해 대리모 개에 착상시킨 뒤 두 달간의 임신 과정을 거쳐 최근 두 마리의 암컷 복제 강아지(사진)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견 생산이 국내외에 보고된 적은 있었지만 줄기세포(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개 복제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는 두마리의 강아지에 각각 '매직'과 '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회사는 지난해 10월29일 개(비글 종)의 피하 지방을 채취한 후 이 지방으로부터 분화 능력이 높은 성체줄기세포(MSC)를 분리,배양한 뒤 90일 만에 개 복제에 성공했다. 라 대표는 "대리모 역할을 한 어미개 다섯 마리에 84개의 핵이식 수정란을 이식했다"며 "지난 27일 이 중 한 마리의 어미개가 건강한 복제 강아지 두 마리를 낳아 20%의 성공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동물 복제 성공률은 1% 미만에 그쳐 질병 치료 차원에서 의학적 가치는 높지만 복제 산업으로서의 산업적 가치는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반면 체세포 복제의 경우 성공률은 20~25%에 달하지만 각종 장기 등으로 분화시키기 어려워 질병 치료 목적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지방줄기세포를 활용한 개 복제는 단순 복제인 체세포 복제와 달리 질병 치료와 산업적 복제 등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데다, 채취가 쉬워 세계 각국에서 시도돼 왔다. 하지만 대리모 개와 수정란 공여 개 간에 생리적 특성의 차이가 커 지금까지 쥐에서만 성공 사례가 보고됐을 뿐 개 복제의 경우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라 대표는 "줄기세포로도 체세포를 이용하는 것과 대등한 복제 효율을 구현했다"며 "특히 개는 인간 질환과 유사한 질병이 200여 가지나 돼 치매나 당뇨,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정복하는 데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