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신규 발주량 급감 등으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조선株에 낙관론이 급부상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는 '깜작 실적'을 기록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수주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섣부른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주가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4분기 실적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의 긍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업황부진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상승폭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던 일부 증권사들의 당황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이 같이 조선주에 대한 낙관론이 급부상하는 원인으로는 대형 조선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을 보였고, 원자재 가격 동향 등으로 볼 때 신규 수주가 없더라도 기업가치 훼손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 평가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이날 현대중공업에 대해 지난해 4분기에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며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27만원을 유지했다.

이상화, 김대성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21% 증가한 6조509억원, 6750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이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올 하반기부터가 지난 2006년~2007년 세계적인 과잉발주 이후 2년여의 공백기를 벗어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2년반에서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신규 수주가 없더라도 기업가치 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 이상의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며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고 업종 내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이 예상외로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도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매출 인식이 되기 때문에 수익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대형사의 과거 호실적이 향후 불투명한 업황을 가리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양호해 목표주가를 17만2000원에서 21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하지만 수주전망이 어두워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수주 사이클이 완전히 꺾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실적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특히 조선업체들이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경기악화로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가 여전히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 선사들이 선박 인도시기를 늦춰달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조선사들은 생산계획에 맞춰 투자계획 등을 미리 짜놓기 때문에 납기가 연장되면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도 "실적은 과거 상황이고 이제부터가 업황 위험이 현실화되는 단계"라며 "앞으로 우려했던 계약해지나 납기 연기가 얼마나 현실화 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낙관론적 시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실제 이스라엘이나 프랑스, 독일 등 유럽선사들이 국내 조선사를 상대로 납기연기와 선박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와 노무라증권도 이날 현대중공업에 대해 주문취소 우려를 지적하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