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계 고수들은 요즘 같은 금융시장 혹한기에 자금을 어떻게 굴리고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미국 투자 고수들의 최근 투자 패턴과 이들이 어떤 자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소개했다.

금융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 '스타'도 지난해 폭락장세를 비껴가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이 다수의 일반 개인투자자들과 차별되는 점은 서둘러 현금화에 나서거나 안전자산만을 좇아 투자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체로 기존의 투자자산을 가져가면서 채권과 저평가된 우량주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투자운용사인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로버트 아르노트 회장은 주식보다는 채권에서 돈을 벌 기회가 많다고 보고 있다. 아르노트 회장은 "일부 채권은 대공황 때보다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시나리오를 반영한 나머지 가격이 싸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주목하는 상품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물가연동채권(TIPS)이다. 이 채권은 원금이 물가에 연동돼 물가가 올라가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현재 미 국채 10년물과 TIPS의 금리차는 0.9%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물가상승률을 매우 낮게 보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아르노트 회장은 "3~5년 뒤엔 물가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노트 회장은 지난해 말 회사채 투자 비중도 늘렸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위즈덤트리'의 수석고문인 제레미 시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정크본드의 투자 비중을 늘렸다.

주식 가운데선 시장지배력이 크고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이 선호되고 있다.

증권사 '뮤리엘 시버트'의 창업자인 뮤리엘 시버트 회장은 최근 화이자와 필립모리스의 모회사인 알트리아,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주가가 바닥일 때 사서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은 좋지만 그 사이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당을 감안할 경우 화이자와 알트리아의 수익률은 대략 연 8%, GE는 9%에 달한다.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드레먼 드레먼밸류운용 회장은 아나다르코 석유,아파치,데본에너지 등 에너지부문 저평가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의 창립자로 가치투자의 대가인 존 보글은 "최근 몇 년간 고수익만 좇아 해외펀드에 자금이 몰린 현상은 마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높은 깃대에 꽂혀 있는 붉은 깃발(위험신호)을 보는 것 같았다"며 "나는 환율에 신경쓸 필요 없이 달러로 돈을 벌고 쓴다"고 밝혔다. 그는 자산의 25%만 주식으로 운용하며 해외주식엔 소량만 투자하고 있다.

반면 시걸 교수는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컸던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더 늘렸다.

상품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중국 주식 투자 비중을 높였다. 그는 중국 정부가 개발에 힘쓰고 있는 농업,수자원,인프라,관광부문 관련 주식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는 원자재 중에선 농산물 투자를 늘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