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한 거시 지표로부터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좀더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만 하다.

다음 주 국내외 증시 일정 가운데서는 한국의 수출입 동향,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지수(ISM)와 고용보고서,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결정 등이 주목할 만한 이벤트다. 그러나 국내외 매크로 지표의 선전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존처럼 거시 지표의 부진을 정책 모멘텀이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정책 모멘텀은 단기적인 공백기를 거치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배드뱅크'의 설립 가능성이나 장기 국채 매입 확대 등은 이미 노출된 재료다. 또 유럽의 경우 ECB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리셰 총재는 이번 ECB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이미 수 차례 시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주 후반 배드뱅크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서 보듯이 지금까지는 시장의 초점이 정책의 등장 여부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적 실익을 따기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따라서 정책 모멘텀이 실물 경기 침체의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커버하던 지금까지의 구도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시장이 이미 경기 침체나 실적 부진을 상당히 오랜 기간 반영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철저히 매크로 중심이던 흐름이 최근 들어 업종이나 종목 중심의 미시적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시장 전반에 대한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 전략 또한 경계하게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주 증시가 IMF의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이나 미국 고용 지표의 악화 속에서도 상당히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향후 시장이 거시적인 흐름에서 탈피할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당분간 시장이 밴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업황과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산업재나 IT,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업종별, 내지는 종목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