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회사들은 법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이고 독특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이 법이 '포괄주의 규율체제'를 채택하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없앴기 때문이다. '포괄주의 규율체제'란 현행 열거주의 규율체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법령에 열거하지 않고 그 특성만 정의함으로써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최대한 넓게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날씨와 재해를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이나 여러 개의 자산을 묶어 투자하는 펀드 등 현재 불가능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의 출현 가능성이 열린다.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 지금처럼 머니마켓펀드(MMF)에 11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등 특정 금융상품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발빠른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자통법 시행 이후 이 같은 환경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상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개념 금융상품 나온다

삼성투신운용은 대상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선물이나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해 가격이 오르는 리버스 상장지수펀드(ETF)나 지수 변동보다 2~3배 이상 변동폭이 큰 레버리지ETF,금이나 실물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실물ETF 등 다양한 ETF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거래소 규정이 바뀌지 않아 본격적인 준비는 어렵지만 거래소가 규정을 손보고 이르면 오는 5월께 관련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하반기에는 이 같은 상품이 국내 증시에 상장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거래소 상장 규정에는 ETF 포트폴리오 내에 추적지수 구성 종목을 95% 이상 담아야 해 대상 지수와 1 대 1 추적만 가능하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리버스ETF,레버리지ETF,사회적책임투자(SRI)ETF 등 다양한 상품이 이미 운용되고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도 이들 외국의 금융상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대상 제한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날씨나 탄소배출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의 등장도 가능하다. 날씨지수에 베팅을 하고 이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주식과 실물 부동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자산을 섞을 수도 있다. 가령 항공주,운송주 등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주식을 유가 파생상품 등과 결합시켜 유가 변동에 중립적인 혼합자산펀드를 고안해낼 수도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중간 성향 투자자를 타깃으로 인덱스와 채권을 결합한 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주식형펀드는 증권을 50% 이상,부동산펀드는 부동산을 50% 이상 매입해야 하며 광산 · 임산물 등에 투자하는 실물펀드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부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공모 펀드의 레버리지 한도를 자산의 200%로 제한한 규정도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별로 위험 선호도에 맞춘 다양한 상품 출현도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헤지펀드 도입도 가능해진다. 오를 종목은 레버리지를 동원해 더 사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 등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주식 상승에만 목을 매는 투자자들도 사라질 전망이다.

◆증권사 카드로 금융서비스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 계좌를 가진 고객들은 은행 고객과 마찬가지로 금융결제망을 이용해 자금이체 수시입출금 등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에도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아직 증권사들의 금융결제망 가입비 문제로 일정이 늦춰지고 있지만 대략 하반기부터는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소액결제 기능을 부여받은 증권사들은 CMA를 통해 수시 입출금과 계좌이체,신용카드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 동양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은 소액결제 관련 상품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이럴 경우 연 0.1~0.3%의 금리만 주는 은행 예금에서 연 3~5%가량의 이자를 주는 CMA로 자금 이동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 예치자금 가운데 20조원 정도가 CMA 등으로 빠져 나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금융권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