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행정규제에 대해 존속기한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 상실되거나 타당성 여부를 의무적으로 재검토하도록 하는 '규제일몰제'를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주목해 볼 만한 조치다. 지난 1998년 도입한 규제일몰제는 신설 강화규제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해 온데다 그나마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규제일몰제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만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당 규제를 퇴출시킨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몰기일이 닥치더라도 이를 폐기하기는커녕 해당 부처의 영향력에 따라 살아남기 일쑤였던 게 저간(這間)의 사정이다. 실제로 전체 규제 건수 가운데 일몰제가 적용된 것은 제도가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101건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규제의 1%에도 미달하는 수치다. 일몰제 적용대상이 이 정도이니 실제 실행된 것은 거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에 정부가 기존의 등록규제와 미등록 규제,행정규칙에 의한 규제 등으로 일몰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올해 안에 우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1000건을 정비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나선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단순히 일몰제 적용대상을 늘리고 관련 규제의 정비일정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그간의 제도운영과정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이번에 제시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각 부처의 일몰제 도입 및 운영실적을 점검하고 해당 규제의 타당성을 면밀(綿密)하게 따져보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