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成長率) 전망치를 0~1% 안팎으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정부의 정책효과를 감안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지만 정부가 막상 이를 인정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말해주듯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참담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올 들어서도 이런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올 1월은 전례없는 경기침체에다 조업일수 부족까지 겹쳐 사상 최악이 됐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면 그것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벌써부터 그 충격파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적지 않다. 취업자 수가 최소 20만명에서 최대 50만명까지 줄어들고 부도업체는 1만개가 넘을 것이란 우울한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욱 강력하고 과감한 정부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가 경제운용방향을 짤 때 전제로 했던 성장률 3%, 10만개 일자리 창출 등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고, 또 빨리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운용계획부터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재정의 조기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벌써 바닥난 부문이 나오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추경편성을 적극 검토하고, 감세도 가능하면 예정된 스케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도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세계경제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보면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이런 과제들이야말로 새 경제팀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책대응의 시기를 놓치거나 상황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는 깊이 명심(銘心)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