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3% 안팎으로 잡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조만간 0~1%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했고 UBS(-3%) 모건스탠리(-2.8%) JP모건(-2.5%)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이미 성장률 예상치를 마이너스로 낮췄다.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충격파가 닥칠까.

◆신규 일자리 급감

가장 큰 충격은 고용 부문에 미칠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신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내놓은 전망자료에서 성장률이 2%일 경우 신규 일자리는 4만개 증가하고 실업자는 89만명,실질적 실업자(실업자+구직단념자+취업준비자)는 171만명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성장률이 1%대에 그치면 일자리는 2만개 줄어들고 실업자는 92만명,실질적 실업자는 178만명으로 급증한다고 전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성장률이 1%이면 일자리 5만3000개,0%이면 일자리 9만개가 줄어들고 -1%일 때와 -2%일 때는 각각 12만개,18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이번 전망은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저점을 찍고 회복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경기회복이 더 늦어지면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3% 성장 시 50만~6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외환위기 당시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고용쇼크에 근거한 관측이다.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1998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무려 127만6000명이나 줄었다.
◆부도기업 5000개 안팎으로 늘 수도

또 다른 충격파는 연쇄 기업부도다. 외환위기 때가 그랬다. 1996년 1만1589개였던 부도기업 수는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1만7168개로 늘었고 1998년에는 2만2828개로 급증했다. 카드대란이 불거진 2003년에도 5308개로 2002년(4244개)보다 25% 증가했다.

과거와 달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탄탄해졌고 대기업의 부실도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기업부실이 급증할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도업체 수만 보더라도 작년의 경우 1분기 555개,2분기 627개,3분기 590개를 유지하다가 4분기 963개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12월에만 345개 기업이 부도를 내 월별 기준으로는 2005년 3월(359개)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부도기업 수는 급증할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12월 광공업 생산증가율(전년동월비)이 -18.6%로 급락하고 제조업 공장가동률도 62.5%로 추락하는 등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카드대란을 겪었던 2003년보다는 많은 기업 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통지수도 환란 이후 최악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고통지수'(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연평균 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경우 연평균 실업률은 약 7%(실업자 150만명 가정)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더하면 고통지수는 9.6이 나온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7%로 치솟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7.5%에 달해 고통지수가 14.5를 기록한 이래 최대치다. 고통지수는 카드대란을 전후한 2001년(8.1)과 2003년(7.1) 2004년(7.3)에만 잠깐 치솟았을 뿐 외환위기 이후로는 줄곧 7 아래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고통지수가 7을 넘어서면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태명/차기현 기자 chihiro@hankyung.com


-----------------------

국민고통지수(misery index)=국민들의 경제적 삶의 질을 계량화해서 수치로 보여주기 위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아서 오쿤(Arthur Okun)이 고안한 경제지표다. 온도와 습도를 이용해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수치화한 '불쾌지수'를 본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평균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