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 "지난달 19일 개각 발표 후 행정안전부 장관이 빠진 이유를 묻자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친이명박,친박근혜 쪽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결정될 수 있다는'힌트'를 준 것이다. 그 이후 친박 쪽 인사들의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왔지만 결국 좌절됐다. 지난해에도 수차례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 기용설 및 친박 입각설이 제기됐으나 번번이 '도루묵'이 됐다. 친박 기용설은 친이-친박 양쪽 모두 '군불'을 때왔다. 친이 쪽에선 '통 큰 정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친박 쪽은 국정협력이'차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번엔 청와대 정무라인에서도 친박 진영 허태열 김무성 의원의 기용설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친박 인사를 택하지 않았다.

한 여권 인사는 1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불신의 벽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에 친박 인사들이 거론되자 박 전 대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얘기도 있다. 한 친박 인사는"이 대통령과 국정 운영의 인식차가 있는 만큼,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게 박 전 대표의 의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2일 예정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포함한 당 중진들의 오찬회동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에게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박 전 대표 자리는 이 대통령 옆에 마련됐다. 이날 57번째 생일을 맞는 박 전 대표를 위해 축하 케이크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