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연체율 관리하는데 웬 옷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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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연체액 전년도 6개월치 넘어서
상환일정 조정.개인돈 빌려주기 빈번
지점장.은행원 발로 뛰며 '연체막기'
상환일정 조정.개인돈 빌려주기 빈번
지점장.은행원 발로 뛰며 '연체막기'
A은행의 동대문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 대리는 최근 거래 고객의 가게에서 옷장사를 도왔다. 두 달째 대출 이자를 못낸 고객의 사정을 알아보러 갔다가 이월 상품을 처분하는 광경을 보고 함께 옷을 팔게 된 것.박 대리는 "연체이자를 갚기 위해 싼 값에 옷을 내놨다는 고객 얘기를 듣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이 연체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올 들어 연체율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본격화한 경기 침체 탓에 연체 한번 없던 우량고객들마저 "이자 낼 돈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16일까지 늘어난 연체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이 은행 연체 증가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들은 이 때문에 연체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들에게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이자 낼 날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대출자가 사업자이면 매출까지 올려주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태릉지점장은 "장사가 안되는 고객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부러 다른 고객을 만나거나 지점 회식을 해서 매출을 늘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 고객의 점포를 찾아가면 압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고객들은 고마워하며 어느 돈보다 먼저 갚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선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내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이자만 받고 원금은 만기 때 회수하도록 상환 방식을 바꿔주고 있다.
월 이자도 버거워하면 이자를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씩 나눠 내도록 상환 일정도 조정해 준다. 이자를 갚지 못한 기간이 한 달이 넘어야 연체자로 잡히기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이자를 받으면 연체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믿을 만한 고객이 연체 위험에 빠지면 개인 돈을 빌려주는 은행원들도 있다.
경기도 공단 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지점장은 "10년간 거래한 업체의 사장이 이달 들어 이자 일부를 못내 개인 돈을 잠시 빌려줬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은 한번 연체하면 헤어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체가 되면 6~8%포인트가량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연체 전 금리가 연 6%라면 연체 후에는 연 14%로 훌쩍 뛴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연체액이 계속 증가하는 데다 가산금리가 10%포인트로 올라 상환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연체자가 늘면 은행들이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연체액이 1000억원이라면 은행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며 이자수익상 연간 약 60억원(연 이자율 6% 가정)의 손실을 본다.
여기에 아예 못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액의 10% 안팎(요주의 여신 가정)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160억원 정도의 수익이 줄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를 줄여야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좋아지기 때문에 모든 은행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연체관리 특별 기구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16일까지 늘어난 연체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이 은행 연체 증가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들은 이 때문에 연체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들에게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이자 낼 날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대출자가 사업자이면 매출까지 올려주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태릉지점장은 "장사가 안되는 고객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부러 다른 고객을 만나거나 지점 회식을 해서 매출을 늘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 고객의 점포를 찾아가면 압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고객들은 고마워하며 어느 돈보다 먼저 갚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선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내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이자만 받고 원금은 만기 때 회수하도록 상환 방식을 바꿔주고 있다.
월 이자도 버거워하면 이자를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씩 나눠 내도록 상환 일정도 조정해 준다. 이자를 갚지 못한 기간이 한 달이 넘어야 연체자로 잡히기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이자를 받으면 연체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믿을 만한 고객이 연체 위험에 빠지면 개인 돈을 빌려주는 은행원들도 있다.
경기도 공단 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지점장은 "10년간 거래한 업체의 사장이 이달 들어 이자 일부를 못내 개인 돈을 잠시 빌려줬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은 한번 연체하면 헤어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체가 되면 6~8%포인트가량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연체 전 금리가 연 6%라면 연체 후에는 연 14%로 훌쩍 뛴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연체액이 계속 증가하는 데다 가산금리가 10%포인트로 올라 상환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연체자가 늘면 은행들이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연체액이 1000억원이라면 은행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며 이자수익상 연간 약 60억원(연 이자율 6% 가정)의 손실을 본다.
여기에 아예 못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액의 10% 안팎(요주의 여신 가정)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160억원 정도의 수익이 줄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를 줄여야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좋아지기 때문에 모든 은행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연체관리 특별 기구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